K뷰티 '잃어버린 8년'… 中 변화 못읽어 시총 23조 증발
기업 실적 지옥과 천당
애국소비 열풍에 中기업 급성장
아모레·LG생건 주가회복 못해
인프라 투자로 경기부양 옛말
화학·철강 수출기업도 휘청
LG화학, 中산업구조 변화 포착
이차전지로 눈돌려 시장 선점
◆ 新차이나 리스크 ◆
국내 대표 기업들은 10여 년 전인 2013~2015년 중국 경기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때만 해도 중국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대중 수출이 늘어나면서 중국 투자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중국 내수와 소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기업들은 2015년을 정점으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북미 전기차 등으로 산업·시장 전환에 성공한 자동차 2차전지 에너지 기업 등은 중국 실적 감소 영향에서 벗어났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실적이 쪼그라들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잃어버린 8년'의 늪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여 년간 중국 시장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업종은 화장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매출 3조8000억원과 영업이익 5600억원을 넘기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상반기만 해도 매출액이 2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48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경기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2조원을 밑돌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가까스로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미래가치까지 담은 시장 평가는 더 냉정하다. 2015년 상반기 말 기준 24조4000억원이던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기준 6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화장품 대표 기업인 LG생활건강 시총도 같은 기간 12조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호텔, 카지노, 면세점 등 중국 소비에 의존하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호텔신라는 2015년 상반기 말 4조3000억원에서 지난 17일 2조9000억원으로, 강원랜드는 같은 기간 7조9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떨어졌다.
화학·철강과 같은 중간재와 건설기계가 포함된 자본재 기업들도 중국 수혜를 톡톡히 본 기업이다. 2010년대 중국은 경기 활성화의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사용했다. 도로, 교량, 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이뤄지면 한국 자본재 기업들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산업기계와 자재를 대량으로 내다 팔았다.
그러나 중국 산업 구조 변화와 함께 이 같은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한국 소비재를 '고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국 브랜드를 애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중국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인프라 투자도 더 이상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 위주가 아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데이터센터, 5G(5세대) 통신망 등 투자 분야가 바뀌었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끼어들 틈이 좁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5G 통신망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밸류체인은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가격과 품질 경쟁력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자본재·소비재 수출 비중은 2021년 이후 급감하고 있다. 여전히 중간재 비중에서는 1위, 자본재와 소비재에서는 2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추세는 하락하기 시작한 지 오래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중국에 의존했던 많은 기업이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LG화학이 보유한 화학제품이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이다. LG화학은 고부가가치 폴리염화비닐(PVC)과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ABS 등이 전체 제품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저부가가치 제품에 비해 수요가 더 느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운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만든 양극재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제조해 테슬라 중국 공장에 수출하면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매출로 잡힌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과 전기차 시장을 개척해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현대차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와 일본에 밀렸던 아세안 지역으로 서진하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를 앞세워 미국·독일차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다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특단의 전략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서 변화한 중국 시장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과거 한국이 중국에 범용 제품을 수출하는 데 전반적으로 집중했다면 현재는 중국 기술력이 많이 올라가고 자금력도 높아졌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중국의 역할을 현재는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고급 소비재 중심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2~3선 도시에 대한 진출 전략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인선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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