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투자하라니…" 기업들 올해 한정 稅혜택 '그림의 떡'
올 투자증가분 한해 10% 공제
실제 대금지급까지 해야 적용
12년 만에 부활 의미있지만
"고금리에 자금 마련 어려워"
기업들 "1년 혜택으론 무의미
내년까지 연장돼야 투자촉진"
◆ 내주 세법개정안 발표 ◆
제조업체 A사는 신산업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올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대상에서 제외됐다.
임투 혜택을 보려면 반드시 연내에 투자를 단행해야 하지만 투자 지역과 자금 조달 방법, 이해관계자 간 협의 등 대규모 투자에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아 올해는 계획만 확정하고 실제 투자는 내년에 집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는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며 "세제 혜택을 받으라며 1년 안에 갑자기 투자를 늘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만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임투를 내년까지 연장하면 기업들이 투자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투자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세액공제 혜택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 가시성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임투 물꼬를 더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투자 활성화가 경기 회복 핵심 변수로 부각된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임투 혜택 기간을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투자 불씨를 살리기 위해 3월 말 K칩스법(조세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에 한해 기업들이 단행하는 시설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 세액공제를 더 얹어주는 임투를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도입한 게 골자다. 현재 반도체·2차전지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15~25%, 신성장·원천기술은 6~18%로 설정됐다. 여기에 임투를 더하면 기업들은 최대 35%까지 공제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기업 경영 현실에 비춰봤을 때 당장 올해 안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임투는 실제 투자가 이뤄져 대금이 지급되는 시기를 기준으로 세액공제액을 산정한다. 올해 경영 환경과 자금 조달 사정이 유달리 좋지 않았다는 점도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대형 제조업체 B사 임원은 "올해 수출 부진에 고금리, 고물가 등 불확실성이 커서 투자에 나설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며 "금리가 낮아지고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임투 혜택이 내년까지 연장된다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유인이 높아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임투 기간 연장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투자 여건을 극대화하기 위해 1년 한시로 임투를 적용한 것"이라며 "일단 올해 기업들 투자 실적과 재정 여건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투 활용 컨설팅에 나서며 민간 투자를 끌어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기 둔화 여파가 이어지며 투자가 둔화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0.8%로 1998년 외환위기(-20.5%) 이후 네 번째로 안 좋아진 상태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3.1%로 전년(-2.0%) 대비 더 낮아질 것으로 봤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1.2%)도 부정적이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임투 적용 기간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만 적용되는 임투가 총 3년으로 연장되면 자본스톡(투자 결과로 누적되는 자본) 증가율이 2.7배 늘어나는 등 투자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만 임투가 적용되면 자본스톡 증가율은 0.37%에 그치지만 임투 혜택 기간이 2년 늘어 총 3년까지 연장되면 자본스톡 증가율은 0.99%까지 뛸 것으로 분석됐다.
경영계에서는 투자나 임금 증가 등에 쓰이지 않는 사내 유보금에 20% 세율로 과세하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투상세)도 투자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는 이미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소득에 추가로 과세하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며 "불합리한 제도로 이제 투상세 폐지를 추진할 때도 됐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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