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생활폐기물, 30분뒤 항공유로
연간 26만배럴 합성원유 생산
탄소 배출 80% 줄이는 효과
미국 서부 네바다주 리노시. 이곳에서 차량을 타고 동쪽으로 황량한 사막을 따라 30분간 이동하면 미국 바이오에너지기업 펄크럼의 시에라 공장을 만날 수 있다. 각종 생활폐기물에 가스를 투입하는 화학반응으로 30분 만에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친환경 시설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지속가능 항공유(SAF)'로 쓰인다. SK(주)와 SK이노베이션은 총 8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펄크럼에 투자했고, 국내에서도 SAF 생산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등 세계 항공유 시장 재편에 대응하고 있다.
펄크럼은 작년 12월부터 폐기물 가스화를 통한 합성원유 생산시설을 세계 최초로 상업가동하고 있다. 연간 생활폐기물 50만t을 처리해서 합성원유 26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항공편으로 180회 왕복할 수 있는 연료와 맞먹는다. 펄크럼은 공급원료 처리시설과 석유정제시설 같은 바이오에너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펄크럼 공급원료 처리시설 내부로 들어서니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위로 페트병, 포장지, 종이, 캔 등 생활폐기물이 단계적으로 이동했다.
알루미늄과 철 등 타지 않는 쓰레기를 육안·무게·자력으로 골라내고 남은 가연성 폐기물을 3㎝ 이하 조각으로 분쇄하는 작업을 거친다.
인근 쓰레기 매립장에서 반입한 생활폐기물을 원재료로 활용하는 터라 특유의 냄새가 미세하게 코끝을 자극했다. 폐기물을 고온의 가스화기에 넣어 산소와 스팀을 주입해서 분해하면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구성된 합성가스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촉매반응 과정인 피셔트롭시(FT) 공정을 거치면 화학적으로 기존 원유와 유사한 액체 탄화수소가 생산된다. 폐기물에서 이 같은 합성원유가 생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에릭 프라이어 펄크럼 최고경영자(CEO)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시작이자, 에너지 산업 및 전 세계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펄크럼 합성원유는 미국 정유사 '마라톤'에 공급돼 후처리 과정을 거쳐 SAF로 활용된다. 펄크럼은 현재 공장에 SAF 공정을 추가해서 자체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 10여 곳에 신규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SAF는 기존 원유보다 비싸지만 별도 시추 과정이 없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80% 감축할 수 있다.
[리노(네바다주)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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