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변호사가 공짜로 전화 상담…日 법조시장 달라졌다 [긱스]
일본 법조계 대응과 시사점
미래의 리걸테크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웃 국가인 일본에선 AI변호사가 무료로 전화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응급 시 119에 전화하는 것처럼 곤란할 때는 언제든 AI 변호사에게 전화해 도움을 받으라는 겁니다. 일본 전문가인 법무법인 린의 최현윤 변호사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챗GPT시대 달라진 일본 리걸테크 회사들의 서비스와 AI 도입 관련 법적 이슈를 소개합니다.
지난 5월 12일 일본의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인 변호사닷컴의 '챗GPT를 활용한 무료 AI법률상담 서비스'가 공개됐습니다. 변호사닷컴이 15년간 운영한 ‘모두의 법률상담’사이트에 축적된 약 125만건의 상담 사례를 챗GPT에 학습시켜 출시한 서비스인데요. 현재는 이혼, 인지 청구, 외도 등 특정 사건에 대한 상담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곧 다양한 주제들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저도 이혼 관련 가상의 사례로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답변의 정확도가 있고 개별 케이스에 대한 질문에도 맥락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등 일반인의 1차 상담용으로는 꽤 유용해보였습니다. 변호사닷컴 이외에도 일본에서 운영 중인 리걸테크 회사는 약 60여개 정도로 파악됩니다. 일본의 주요 리걸테크 회사들은 챗GPT시대에 어떻게 기술 발전에 대응하고 있을까요. 이들이 한국 법조계와 리걸테크 회사들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본 리걸테크의 선두주자, 변호사닷컴
변호사닷컴은 한국으로 치면 로톡, 엘박스, 모두의 사인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종합 리걸테크 기업입니다. 2007년에 ‘모두의 법률상담’이라고 하는 법률상담 플랫폼을 만든 이래로 2014년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한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법률상담플랫폼 이외에도 법률전문서적 리서치 툴인 '비즈니스 로이어 라이브러리(BUSINESS LAWYERS LIBRARY)', 전자계약 서비스인 '클라우드사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닷컴의 클라우드사인 시스템은 현재 약 130만개의 일본기업들이 사내 시스템 등과 연계하여 사용 중입니다(현재 일본에 설립된 기업의 수는 약 400만개). 전자계약을 사용하고 있는 비율이 전체 계약 체결건수의 67.2% 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자계약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해진 2021년 도입 초기에는 '신종 코로나의 영향에 의한 비접촉·비대면에 대응하기 위해서'가 주된 사용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숫자적 효과(시간 단축, 인건비 절감, 인지·배송료·인쇄비 삭감, 보관 공간 삭감)를 이유로 도입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고베시에서는 매년 약 8000건의 위탁·경리 계약을 전자계약으로 진행합니다. 지자체는 약 1400만엔의 인건비를, 기업측은 약 8524만엔의 인지대를 줄였습니다.
특히 근로방식 개혁 추진과 원격근무 보급에 의해 대기업에서 전자계약의 이용이 활발해졌습니다. 도쿄도, 이바라키현, 나가노현, 고치현 등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용을 하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사인은 2022년 계약송신 건수가 561만건, 지자체 도입 점유율이 약 70%를 돌파했습니다.
<클라우드사인 홍보자료 중 발췌>
AI 계약심사서비스의 도입
일본에서는 리걸온테크놀로지스(Legal On Technologies), GVA테크 등의 ‘AI 계약심사서비스’도 알려져 있습니다.
리걸온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하는 '리걸포스'는 현재 도입 기업 수 2500곳, 법률사무소 60곳을 돌파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AI 계약 심사 서비스로 자리잡았습니다. GVA 법률사무소에서 운영하는 테크회사인 GVA테크 역시 리걸테크 회사 중 인지도가 있는 기업입니다. 히타치,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수의 법률사무소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GVA테크는 법인등기 자동접수시스템, 계약심사 클라우드, 법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AI 계약심사서비스 내 ‘검토기능’은 리스크 있는 표현을 지적하고, 잘 쓰여진 기존 양식과 비교하여 부족한 단어나 조문을 지적한 후 추천안을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최선책(추천조문)과 차선책(옵션조문)을 제시함과 동시에 별도 해설란을 만들어서 검토 논점 및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협상안을 제시(대응순위를 나열)한다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GVA assist의 홍보자료 중 발췌>
특정 조문(예를 들어 제OO조 지적재산권)을 클릭하면 DB에 저장되어 있는 지적재산권 관련 다른 계약서상 다수의 기재례를 열람해 참고합니다. 기본적인 오탈자는 이 과정에서 모두 수정됩니다. 수정한 결과에 대하여 신구조문의 대비를 하는 것도 가능하고, PDF로 계약서를 올려도 OCR 기능을 이용하여 모두 워드화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라면 과거에 AI 계약심사 서비스를 이용하여 작성검토한 계약이나 관련 계약들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은 용도별, 입장별로 다르게 제작된 수백종의 기본 탬플릿 중 하나를 다운로드하고, DB에 보관되어 있는 조문 데이터들을 끌어다가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수정하도록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챗GPT 출시 이후 시장의 변화
챗GPT 출시 이후를 기점으로 일본 로펌들도 내부 업무 효율화, 고객 상담 등의 목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4대 로펌 중 한 군데인 나가시마 오노 츠네마츠의 변호사들이 80억원을 출자해 만든 서비스 ‘몬테스큐(MTSQ)’가 대표적입니다. 기존에는 기계학습·자연어 처리기반으로 계약서 검토 서비스를 해오다가 올해 5월부터 LLM 기반의 검토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리걸테크 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자와 변호사가 창업한 콜어로이어(Call a lawyer)가 AI 변호사가 전화로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자계약 서비스의 경우,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 상 그레이존 해소제도에 의해 '사업자 서명형 전자계약 서비스'를 정하고 있습니다. 전자서명법 2조 1항에서 '전자서명'에 의한 계약이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AI 계약 심사 서비스에 대해서는 법 위반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가, 지난해 법무성이 'AI 계약 심사 서비스가 일본 변호사법 제72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원칙적인 견해를 표명함으로써 어느정도 입장정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일본 변호사법 제72조> “변호사 또는 변호사법인이 아닌 자는 보수를 얻을 목적으로 소송사건, 비송사건 및 심사청구, 이의신청, 재심사청구 등 행정청에 대한 불복신청사건 기타 일반 법률사건 에 관하여 감정, 대리, 중재 혹은 화해 기타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들의 주선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없다. 단,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다.” |
법무성 견해의 요지는 (1) AI계약서 심사서비스는 개별 구체적 사정에 따라 ‘기타 일반 법률 사건’을 취급하는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남아 있다 (2) 검토 대상 계약서의 조항 등의 법률 효과에 대해 평가를 더한 결과를 표시하는 것이며, 이들은 법률상의 전문 지식에 기초하여 법률적 견해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감정' 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입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법무성은 해당 서비스를 16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변호사 또는 변호사법인으로 한정하는 경우'로서 '변호사 가 업무로서 법률사무를 실시함에 있어 본건 서비스를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평가될 때'에는 적법하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이용자 회사 소속 사내 변호사의 감독이 있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는 변호사법의 위반소지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법무성 견해는 AI가 계약심사를 '대체'하는 것을 전제로 사용자에게 법적 유불리, 리스크 판정, 수정 부분을 제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종전의 법 해석에 비추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법무성의 해석을 전제로 해도 리걸테크 서비스는 그 해석론 속에서 설계할 수 있어 변호사법 72조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은 없다. 리걸포스의 서비스는 AI를 활용해 계약 심사 업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이고, 법무성이 언급하는 AI 계약 심사 서비스와는 전제가 다른 구조다. 변호사법 72조가 규정하는 「감정」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서비스를 보지 않으면 판단할 수 없으며, 판례의 축적이나 법률의 해석론을 근거로 적법하게 설계해 나가는 것이 사업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는 법에 적합하도록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
한국은 어떻게 될까
□최현윤 법무법인 린 변호사·변리사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기)
• 대한변리사회 가치평가감정인
• 지식재산 가치평가 전문 변리사
• 법무법인 린 IP, TMT, 일본팀
최현윤 변호사·변리사는 일본 도쿄 소재 특허법률사무소, 회계법률사무소 단기 연수 경험을 살려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 사이의 계약 체결 관련 자문 및 컨설팅, 외국인투자법인의 설립 기타 사업 전반에 걸친 법적 문제 검토 등 폭넓은 국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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