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핏덩이’ 2명 살해 후 냉장고 은닉 친모 구속기소…남편도 재수사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피의자인 30대 친모가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박성훈 기자

검찰이 갓 태어난 자녀를 살해한 뒤 수년간 시신을 자택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은 30대 친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여성의 남편에 대해서도 범행에 공모했는지 여부에 대해 재수사할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최나영)는 고모(여·35) 씨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고 씨는 2018년 11월 4일 자신의 집에서 전날 출산한 딸을 집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집 냉동실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19년 11월 19일 낳은 아들을 다음날 집 근처 골목에서 살해하고 집안 냉동실에 시신을 숨긴 혐의다.

고 씨는 이미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데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아이를 갖게 되자 이같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사례를 발견, 5월 25일 지방자치단체에 현장 확인을 요구했다.

수원시는 감사원 요구에 따라 경찰에 고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지난달 21일 피해 아동 시신 2구를 발견해 고 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고 씨가 출산할 당시 양육을 위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던 점을 명확히 하고 출산 후 고 씨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에 대한 의료 전문가 자문, 시신 부검 감정 등을 통해 계획 범행을 규명했다"고 했다.

검찰은 고 씨의 남편 이모(41) 씨에 대해서도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앞서 이 씨를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수사했으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를 불송치 결정했다.

이 씨는 아내 고 씨의 첫 범행이 이뤄진 2018년에는 아내의 임신 사실을 몰랐고, 2019년에는 "낙태했다"는 아내의 말을 믿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