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공황에도 이마 찢어져도"…'밀수' 김혜수X염정아, 기깔나게 힙한 女영화 탑티어 등판(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여름 유일한 여성 투톱 영화가 제대로 판을 벌였다. 잘 만든 감독과 천부적인 배우들이 만나 기깔난 여름 영화를 만들었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영화 '밀수'(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밀수'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에 관한 자료에서 모티브를 얻은 '밀수'는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여름 영화 특유의 시원한 감성과 밀수판에 대한 신선한 스토리, 믿고 보는 류승완표 액션, 여기에 김혜수·염정아를 주축으로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까지 노련한 베테랑들이 총출동한 올여름 최고 기대작이다.
시사회를 통해 기대작의 위용을 확실하게 드러낸 '밀수'는 '해양범죄활극'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시원하고 짜릿한 또 화끈한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무더운 여름 관객이 오감 만족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선사했다. 바다에 물건을 던지고 세관의 눈을 피해 건지면 큰 돈을 번다는 독특한 방식의 해양 밀수 소재는 지금껏 선보인 밀수 소재 영화와 차원이 다른 신선함을 안긴다. 무엇보다 남성 주인공 중심 극장가에서 텐트폴 시즌 유일하게 여성 주인공들을 내세운 범죄 영화라는 지점도 확실한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그동안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갈증을 김혜수, 염정아와 그리고 류승완 감독이 장르적 재미를 더해 확실하게 풀어주며 의미를 더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밀수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의 김혜수, 춘자의 절친이자 밀수판의 맏언니 엄진숙 역의 염정아, 사업가적인 면모와 악독한 기질로 밀수판을 접수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 역의 조인성, 조춘자와 엄진숙 사이에서 찍소리 한번 못내 본 막내 장도리 역의 박정민, 군천 세관 계장 이장춘 역의 김종수, 밀수판의 정보통 다방 마담 고옥분 역의 고민시, 그리고 류승완 감독이 참석했다.
먼저 류승완 감독은 OTT 시대가 도래하면서 위기를 맞은 영화계에 대해 "사실 답은 명확하다.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드는 것이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을 꾸고 현장 막내부터 일을 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영화계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매년 독한 감기가 오듯 영화계도 그랬다. 영화계가 더 정신 차려야 한다. 한국 영화가 폭발적인 산업적 흥행을 했을 때가 '쉬리'(99, 강제규 감독)다. 그때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다.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정신 차리고 만드는 것 같다. 관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영화계가 발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밀수'라는 소재를 꽤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다. 70년대 밀수가 의미하는 것은 생필품을 밀수하는 환경이 흥미로웠다. 그 당시 너무 많은 규제가 있었다. 외부와 교류를 두려워했다. 그 시절에 밀수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루다 보니 70년대를 선택하게 됐다. 동생 류승범이 옷을 잘 입고 다니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옷을 잘 입고 다니셨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은 멋있구나 싶었다. 영화 속 춘자의 헤어스타일이나 장도리의 옷, 권상사의 선글라스 등 내가 너무 좋아했던 70년대 홍콩 영화 스타들의 패션들이다. 김혜수의 도움이 컸다. 김혜수가 촬영 전 마치 스태프처럼 일을 해줬다. 여러 콘셉트 사진을 보내줬고 실제로 그 사진을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중에서 보여주는 액션을 도전하고 싶었다. 동선을 크게 쓸 수 있는 액션이 수중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물속에서 격투 액션이 펼쳐진다면 경쾌한 액션이 탄생할 것 같았다"고 남다른 자부심을 전했다.
올여름 유일한 여성 주연 영화로 책임감이 남다른 김혜수는 "처음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 여성 중심 영화이고 거기에 무겁지 않은 상업 영화라 좋았다. 파트너로서 염정아라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감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영화가 재미에 충실하고자 했다. 이 영화가 의미하는 바를 끝까지 잊지 않고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촬영 중 너무 즐거워 일지를 썼는데 최근 다시 보니 '힘들었다' '어려웠다'라는 말이 1도 없었다. 일하면서 처음으로 함께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된 것 같다. 작업하는 기간동안 배우로서 다시 이런 순간을 맞을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미 굉장히 큰 선물을 받았다"고 곱씹었다.
염정아는 "김혜수와 같이 한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물에 들어간 적이 없지만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유이기도 했다. 이 영화가 여성 서사가 중심인데 이런 영화가 흥행이 잘 돼 다른 영화가 많이 기획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해지는 현장이었다. 정말 행복했다. 다만 내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압도적인 수중 촬영에 대해 김혜수는 "해녀들은 촬영 3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다. 나는 공교롭게 '소년심판' 촬영 중이라 준비가 쉽지 않았다. '도둑들' 촬영 때 공황을 겪어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 '밀수'를 함께 하면서 공황에서는 벗어났다.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 수중 신이다. 정교하게 준비했다. 배우와 스태프의 안전이 최우선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2컷트를 남겨두고 사고가 있었다. 이마에 부상을 겪기도 했다. 마지막 2컷은 함께하지 못했다. 이마 찢어져 다친 것보다 현장에 못 간게 더 속상할 정도로였다. 정말 좋았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했다.
염정아는 "수영을 아예 못하는 사람이라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했는데 동료들과 잘 촬영하며 극복했다. 수중 신을 촬영할 때 숨을 참고 연기했는데 그 장면이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상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조인성은 "물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함께 나오는 배우들이 한 캐릭터씩 담당했다.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고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처음 테스트 촬영할 때 류승완 감독이 내 모습을 보면서 '소싯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래서 소싯적 류승완 감독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농을 던졌다.
박정민은 "내가 나오는 영화를 처음 볼 때 긴장을 많이 한다. 오늘도 떨면서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많이 웃었다. 내 연기를 보면서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즐기면서 봤다. 나의 모든 연기는 100% 류승완 감독의 영향인 것 같다"고 류승완 감독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더불어 "걱정됐던 부분은 조인성 형 다음에 내 얼굴이 나와서 그 부분이 걱정됐다"고 고백해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김종수는 "이미 부산 남천동에서 태어나고 해병대까지 다녀와서 '밀수'가 어렵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박정민을 힘들게 한 장면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좀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정민과 귀여운 멜로 라인으로 눈길을 끈 고민시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장도리가 옥분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옥분이가 장도리를 향한 마음을 생각했다. 장도리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것 또한 류승완 감독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웃었다.
이에 박정민은 "현장에서 류승완 감독과 장도리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다. 장도리는 모두에게 쉽게 마음을 주는 사람인 것 같다. 옥분이가 좀 착각을 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밀수'는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출연했고 '베테랑'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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