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못받는 근로자 276만명, 무작정 올린들 뭐하나 [사설]
최저임금위원회가 18일 최종 전원회의를 열어 2024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노사 양측 대표들은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그동안 역대 최장기간 심의를 진행했지만 근로자위원 측은 물가 인상을 반영해야 한다며 1만원 넘는 최저임금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사용자위원 측은 경제 상황을 반영한 소폭 인상을 주장해 결국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으로 결정됐다. 매년 이렇게 인상폭을 둘러싼 소동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최저임금 제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생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무려 276만명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 8명 중 한 명은 최저임금이 얼마 오르건 그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수치다. 이처럼 많은 근로자가 제도에서 배척되고 있다면 인상폭을 두고 다투는 것보다 최저임금 제도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현재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현실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2018~2022년) 최저 시급은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 뛰었다. 같은 기간 프랑스(7.4%) 일본(13.1%) 등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급격하게 올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을 아끼려 쪼개기 알바를 쓰거나, 서빙 로봇으로 직원을 대체하고 있다. 아니면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지급한다. 최저임금 제도로 보호하려 했던 저임금 근로자들을 되레 더 힘들게 하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진 않다. 자영업자 빚이 사상 최대로 치솟은 가운데 공공요금과 식료품 가격마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소모적인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수명을 다했다. 똑같은 시간과 공력이라면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어떻게 확대할지,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일자리를 어떻게 늘려야 할지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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