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치매 정복
영화 '스틸 앨리스'는 50세 되던 해에 조발성 치매 진단을 받은 하버드대 여교수 앨리스의 이야기다. 완벽했던 그녀의 삶은 기억이 유실되면서 무너져 간다. 황지우 시인은 치매를 '영혼의 정전(停電)'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성은 무참히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도 바닥으로 떨어진다. 신이 내린 가장 가혹한 형벌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치매는 인종, 국적,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치매에 걸려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죽음을 맞았고, 당대 최고 지성이었던 영국의 여성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은 머릿속 정보가 삭제되며 '개(dog)'를 '신(god)'으로 읽는 상황에 처했다. 영화 '다이하드'의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도 최근 치매 판정을 받았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진 퇴행성 뇌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서 비롯되는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뇌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116년 전 첫 환자가 보고됐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20년 10.39%(84만명)에 달한다.
치매의 문제는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까지 파괴한다는 점이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많은 질병들이 정복되고 있지만 치매는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치매 정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Donanemab)'이 임상 3상 시험에서 인지력 저하를 35%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현재 2개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아두헬름'은 2021년 승인을 받았지만 부작용으로 퇴출됐고, 같은 회사가 만든 '레켐비'는 효능을 인정받아 이달 초 FDA 정식 승인을 받았다. 레켐비는 가격이 연간 약 3500만원으로 책정돼 고가 논란이 일었지만 치매 치료에 있어서는 큰 진전이다. 잇단 치료제 개발로 '치매의 종말'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그냥 쏘렌토 살걸, 괜히 기다렸나”…‘확 바뀐’ 싼타페, 아빠는 괴롭다 [카슐랭]
- “30만원 조용히 계산”…군인 4명 음식값 대신 낸 중년 男
- ‘여신도 성폭행’ 혐의 JMS, 하루 앞두고 돌연 재판중단…무슨일이 - 매일경제
- “제아무리 바이든이라도 못참아”…반도체 기업들 반기 들었다 - 매일경제
- 커피 하루에 2잔 이상? 2잔 이하?…고혈압에 더 나은 섭취량은 - 매일경제
- “아내 바다에 빠졌다” 신고하더니…CCTV 딱 걸린 남편의 충격적 행동 - 매일경제
- “시진핑이 좋아한 中외교부장 사라졌다”…불륜설 난 이 여성의 정체 - 매일경제
- 역대 두번째 최고 감정가 ‘193억 단독주택’, 회장님 소유였다 - 매일경제
- 5만명 몰리고, 새벽부터 오픈런까지...MZ세대 지갑 여는 이것 - 매일경제
- 섬머리그 마치고 호주로 향하는 이현중 “긴 과정 거치는 중, 지켜봐달라”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