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의견서’ 권영준 19일 대법관 임기 시작···논란은 현재진행형

김희진·김혜리 기자 2023. 7.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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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고액 법률의견서 논란이 불거진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18일 국회를 통과했다. 권 후보자는 19일 취임식을 거쳐 공식적인 대법관 임기를 시작한다. 재판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인물이 대법관에 오르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권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할 때 5년간 대형 로펌들로부터 고액 보수를 받고 법률의견서 63건을 써줬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날 보고서 채택은 보류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상민 인사청문특위원장은 이날 “중대한 결함이 있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심사보고서를 채택한다”며 “후보자는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고 헸다.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이후 자신이 제출한 법률의견서 일부를 국회에 열람토록 하고, 소득 상당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보고서 채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면 대법관 구성과 판결 선고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던 야당이 권 후보자가 특위 요청에 응하는 태도를 보인 것을 명분삼아 보고서를 채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오석준 대법관은 임명 제청 이후 역대 가장 길었던 119일 만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법관 구성의 공백은 막았지만 논란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권 후보자가 작성한 의견서는 심사보고서 채택 직전까지 논란이 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권 후보자가 작성한 법률의견서 중 1건은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근로기준법상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사측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의뢰로 작성한 것이었다. 권 후보자는 이 의견서를 제출한 대가로 5000만원을 받았다.

이 의견서에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측의 법리를 지지·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신의칙은 통상임금 분쟁에서 노동자의 추가 수당 요구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초래될 경우 지급 의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권 후보자는 이 의견서에 대해 “결론이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혜영 의원은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아도 의견서 곳곳에 사측의 법리를 강화하는 강한 어조의 표현들이 등장한다. 김앤장이 결론도 없고 중립적인 의견서를 의뢰할 리가 만무하다”며 “대법관은 인권 최후 보루로서 기능해야 하는데, (권 후보자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구조적 차웜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숙고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는지 의심하게 됐다”고 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권 후보자는 대법관이 되면 최근 2년간 의견서를 의뢰한 로펌과 관련된 사건을 회피하겠다고 밝힌 터다. 권 후보자가 회피신청을 해야 하는 로펌은 김앤장, 태평양, 세종 등 5곳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다수 사건을 회피해야 하는 ‘반쪽짜리 대법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관이 회피신청을 할 경우 사건별로 대법원장의 판단을 받게 되어 있는데, 권 후보자의 회피신청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대형 로펌이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교원 등을 상대로 의견서 작성을 의뢰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문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형근 경희대 법전원 교수는 “유능하고 똑똑한 (대법관 가능성이 있는) 인물에게 로펌이 친분관계를 형성하려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사실상 이권 카르텔이 토착화될 수 있다”면서 “돈이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풍토를 막기 위해서는 재판부도 의견서가 마치 증거자료처럼 제출되는 일을 지양하고, 대학은 교수의 영리행위에 대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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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36812?sid=102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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