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속도조절 네이버 '큐' 사인 늦췄다
하이퍼클로바X 선공개 전략 판단
챗GPT·빙 열기 식으며 여유 생겨
섣부른 시장 진출보단 완성도 집중
네이버가 이달 베타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던 차세대 인공지능(AI) 검색 챗봇 ‘큐:(CUE:)’의 공개시기로 올 가을로 늦췄다.
다음달 24일 초거대 AI 모델이자 네이버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서비스라 평가받는 ‘하이퍼클로바X’의 출시가 예정된 만큼, 하이퍼클로바X 공개 후 ‘큐:’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챗GPT의 기세가 한풀 꺾인 만큼, 섣부른 시장 진입 보다는 ‘큐:’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 보다 공을 들이겠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AI 챗봇 ‘큐:’를 9월 중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 측은 “출시 시점은 내부 논의 중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달로 예정됐던 베타버전 공개 일정이 이달 이후로 연기된만큼 내달 출시도 장담할 수 없다.
‘큐:’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백본)으로 하며, 네이버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해온 사용자의 검색 흐름 데이터를 모델링해 최적의 검색경로를 안내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플레이스·카페·블로그·쇼핑 등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된 답변도 제공하며 텍스트·이미지·오디오 등 복합적 정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도 갖췄다.
네이버 측은 ‘큐:’를 하이퍼클로바X 보다 먼저 공개할 경우, 이용자 및 업계가 인식하는 네이버 AI 서비스의 ‘우선순위’에 혼동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퍼클로바X는 금융, 교육, 커머스, 법률 등 다양한 사업화 분야에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미래사업의 핵심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앞서 예고한대로 다음달 24일 공개된다.
경쟁 서비스인 챗GPT와 이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서비스 ‘빙’에 대한 관심이 다소 사그라든 것 또한 ‘큐:’ 출시시기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챗GPT 웹사이트에 대한 전 세계 데스크톱 및 모바일 트래픽은 전달 대비 9.7% 줄었다. 순방문자수는 5.7% 감소했고, 이용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보낸 시간도 5월보다 8.5% 줄었다. 챗GPT를 탑재한 MS의 빙 앱 다운로드 수는 38% 감소했다.
글로벌 검색 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키워드 검색과 AI 챗봇을 결합한 신규 검색 서비스 출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올 2월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 ‘바드’를 시연할 당시 바드가 오답을 말하면서 공개 직후 이틀간 시가총액이 1621억 달러(약 205조 원) 감소하기도 했다. 저스틴 포스트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챗GPT 채택이 둔화한다면 이 기술이 구글 검색을 크게 위협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구글은 급하게 AI 챗봇을 검색 엔진에 통합해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또한 초거대AI ‘코GPT 2.0’을 올해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출시 시점을 무기한 미뤘다. 네이버가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특유의 ‘완벽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캐시카우’인 검색 사업에서 확실한 경쟁우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큐:’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검색·문서 클릭 이력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추출해 추천 콘텐츠를 제시하는 ‘트렌드 토픽’ 출시 로드맵이 ‘실시간 검색어 부활’ 논란으로 사실상 철회된 상황이라 신규 검색 서비스 출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편 네이버는 올들어 AI 서비스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초 클로바·웨일·파파고 등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 부문을 네이버클라우드 산하로 재배치했으며 ‘하이퍼스케일 AI’ 조직을 확대개편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연내 일본 기업용 협업도구인 '라인웍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할 방침이며 데이터주권 및 규제 준수 등을 보장하는 '소버린 AI' 전략을 기반으로 중동·동남아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0억 거절 이효리 11년만에 상업광고…부르는 게 값?
- 송혜교 집 공사하다 철근 떨어져 이웃 주민 차 파손에 결국
- '시럽급여' 없앤다고?…'회사 '실업급여 갑질'이 더 심각해요'
- 영국 해안서 고래 50여마리 '떼죽음'…사회적 유대 때문?
- ''먹튀' 소식만 접했는데'…군인 몰래 40만원 결제한 중년 남성 '훈훈'
- 국가재난상황인데…싸이 '날씨도 완벽' 부적절 후기 논란
- 오송 지하차도 현장서 '방긋'…노란 옷 입은 저 사람 누구지?
- 현역 女의사 중 싸움 가장 잘한다더니…3년만에 프로복싱 韓 챔피언 등극
- 얼빠진 충북도·청주시·흥덕구…'오송 지하차도의 비극'은 인재
- 춘천 산골 마을 일곱째 막둥이 출산…마을 50번째 주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