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예금금리, 은행에 역전 … 수신 잔액도 뚝
SBI는 최고 年 3.8% 그쳐
수신잔액도 반년새 5조 줄어
파킹통장 집중 … 변동 커질듯
퇴직연금 자금 이탈도 변수로
저축銀 상품, 디폴트옵션 제외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아졌다. 통상적으로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0.5%포인트 높았는데, 최근 자산 규모 상위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마저 은행권에 추월당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연체율 상승과 비용 부담으로 대출 영업에 난항을 겪자 저축은행들이 예금을 유치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예금보다는 파킹통장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예금 변동성도 커졌다. 특히 이달 본격적으로 시행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서 저축은행 상품이 제외되면서 퇴직연금 이탈로 인한 예금 감소도 변수로 떠올랐다.
18일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3.8%로 일부 시중은행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복리 상품이긴 하지만 연 4.0% 단리 예금보다 이자를 덜 받는다. 저축은행업계 상위 5개사 중에선 웰컴저축은행이 연 4.0%, 페퍼저축은행이 연 3.5% 금리의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은행권의 고금리 예금 금리보다 낮거나 비슷한 상황이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최고 연 4.2%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Sh수협은행과 BNK부산은행은 각각 최고 연 4.02%, 연 4.0% 금리를 책정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1년 만기로 가입하면 연 3.9%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저축은행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자 수신잔액도 대폭 줄었다. 올해 1월만 해도 저축은행업권의 총 수신잔액이 120조원을 넘어섰지만, 이달 10일 기준 115조원으로 반년 새 5조원 줄었다. 반면 국내 예금은행의 원화 예금은 올해 1월 1905조원에서 5월 1926조원으로 약 21조원 늘었다.
문제는 저축은행업권의 수신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 규모 상위 저축은행이나 지주 계열 저축은행처럼 자체적으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곳들에서는 수시 입출금통장인 파킹통장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의 파킹통장 금리는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할 정도로 높다. 다올저축은행은 파킹통장에 대해 1000만원까지 최고 연 4.0% 금리를 제공한다. NH저축은행은 1억원까지 최고 연 3.8%, SBI저축은행은 1억원까지 연 3.5%를 제공한다. 은행권의 파킹통장 금리가 연 2%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높은 셈인데, 정기예금보다는 파킹통장을 통해 수신 규모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파킹통장은 매일 자정 최종 잔액에 대해 이자를 책정한다. 고객이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타사에 비해 조금만 올려도 하루에 수백억 원대 자금이 들어오지만, 반대로 순식간에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쉽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보다 이자비용은 덜 들지만 자금 유치는 더 쉽기 때문에 파킹통장 금리를 조절해 그때그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으로 인해 올해 말 저축은행 예금이 더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 저축은행업권의 퇴직연금 예금잔액은 1분기 기준 약 29조원으로, 총 수신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한 상품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제도다. 디폴트옵션 구성에 저축은행 상품이 제외돼 가입자가 저축은행 상품을 미리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빠져나간다.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업권이 경쟁적으로 예금을 유치하며 연 6%대 예금을 판매했을 당시 퇴직연금 예금 상품에도 연 6%대 이자를 책정했다. 하지만 올해 말에 당시 판매한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가입자들이 사전에 저축은행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예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인한 저축은행 예금 변동을 수시로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진 디폴트옵션이 저축은행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고, 퇴직연금 만기가 집중돼 있는 연말 상황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며 "저축은행이 작년 말 퇴직연금 상품에 고금리를 제시하며 유입이 평상시보다 많았기 때문에 올해 말에는 평상시보다 더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그냥 쏘렌토 살걸, 괜히 기다렸나”…‘확 바뀐’ 싼타페, 아빠는 괴롭다 [카슐랭]
- “30만원 조용히 계산”…군인 4명 음식값 대신 낸 중년 男
- ‘여신도 성폭행’ 혐의 JMS, 하루 앞두고 돌연 재판중단…무슨일이 - 매일경제
- 커피 하루에 2잔 이상? 2잔 이하?…고혈압에 더 나은 섭취량은 - 매일경제
- “제아무리 바이든이라도 못참아”…반도체 기업들 반기 들었다 - 매일경제
- “아내 바다에 빠졌다” 신고하더니…CCTV 딱 걸린 남편의 충격적 행동 - 매일경제
- “시진핑이 좋아한 中외교부장 사라졌다”…불륜설 난 이 여성의 정체 - 매일경제
- 역대 두번째 최고 감정가 ‘193억 단독주택’, 회장님 소유였다 - 매일경제
- ‘마약XX’ 대신 ‘소문난 XX’ 어떠세요…한옥마을 상인들 마음 움직인 사연은 - 매일경제
- 섬머리그 마치고 호주로 향하는 이현중 “긴 과정 거치는 중, 지켜봐달라”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