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나선 당국…선례와 본보기 갈림길에 선 KB금융
금융지주 경영승계절차 손대는 당국…KB 사례 반영할 뜻 비쳐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오는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를 맞는 KB금융지주가 차기 수장 인선에 돌입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 보름 사이에 두 번이나 관련 사안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언급한 것이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금융당국의 첫 사례가 될 KB금융의 부담감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보름여 만에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관련 발언을 내놓았다. 이 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점에 진행한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있었던 지배구조 이슈 후 KB가 첫 이벤트(회장 선임절차)를 맞는 만큼 선진적인, 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절차적인 개선 방안들은 검토·고려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에도 KB금융 회장 인선을 언급했다. 당시 그는 "KB금융 회장 승계 절차가 후보들에 대한 공평한 기회 제공 등 합리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며 "KB금융 회장 인선 절차가 업계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KB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1차 후보군(롱리스트) 구성을 끝내고 본격 선임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앞선 회장 선임 사례를 돌이켜보면 8월 중 숏리스트가 나오고 9월 중으로 최종 후보가 선정될 전망이다.
이 원장의 발언들은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다른 금융지주회장 선임 절차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승계를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부회장단 구성 등 승계프로그램을 수년전부터 가동해왔지만 이 원장의 발언이 잦아질수록 부담감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금감원은 이준수 부원장과 은행연합회, 8개 금융지주, 5개 은행 지배구조 담당 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킥오프 미팅을 개최했다. TF는 △사외이사 지원체계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 △사외이사 평가체계 △내부통제 제도개선 등 주요 지배구조 이슈를 순차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중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원장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가 다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CEO 선임 절차에 손을 댈 뜻을 분명히 밝혔다. 셀프연임을 막기 위해 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에 더해 이 원장이 '선진적인, 선도적인 선례'를 언급한 것은 KB금융 차기 회장 선정 절차를 지켜보면서 개선 방안을 가이드라인에 적용할 뜻을 밝힌 것이라고 금융권은 해석하고 있다.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 당국의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앞서 금감원은 금융지주 이사회와 연 1회 이상 면담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건전한 지배구조가 바탕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에 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사회 면담은 지난 4월 시작됐는데 그 첫 대상은 KB금융이었다. 면담 정례화의 시작이 KB금융인 점에서 대해 금감원은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회장 신규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오해 받는 행동은 안 하겠다", "특정 인물이나 후보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최소화하겠다"고 말하는 등 '관치' 논란을 미리 차단하려는 모습이지만 인선 절차에 따라서 이 원장의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발언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회장 후보 명단이 추려질수록 구두 개입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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