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적' 치매와 싸울 게임체인저 등장
임상3상서 초기 환자에 효과
인지력 저하 속도 35% 늦춰
연내 美FDA 승인 받을 듯
韓제약사도 치료제 개발 박차
치매 정복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후보 물질인 도나네맙이 임상 3상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였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긴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관련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국내 신약 후보 물질 가운데 허가 단계까지 진입한 제품은 없지만 계획대로 임상이 진행되면 수년 내에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일라이릴리가 전날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에서 자사가 선보인 도나네맙이 임상 3상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일라이릴리는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들의 인지력 저하 등 악화 속도를 약 35% 늦추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일라이릴리는 FDA 승인을 받기 위한 심사 신청을 마쳤다. 결과는 연내에 나올 예정이다.
도나네맙 개발을 주도한 일라이릴리 소속 존 심스 박사팀은 미국의학협회지(JAMA) 보고서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앓는 평균 73세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험 결과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들과 75세 이하 환자들에게서 두드러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환자가 약을 일찍 사용할수록 알츠하이머병 악화 속도를 그만큼 더 늦출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병 치료 환경을 뒤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소수 환자에게서 뇌가 붓거나 뇌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나네맙과 함께 차세대 치매 치료제로 주목받는 신약은 레켐비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지난 6일 FDA 승인을 받았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공통점은 아밀로이드 베타에 작용하는 항체 치료제라는 점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타우와 더불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신경세포 사이에, 타우는 신경세포 내부에 형성돼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 의과학계에선 뇌에 축적된 단백질 침전물들이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뇌 조직에 단단하게 들러붙는 게 아밀로이드 베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 치매 환자에게 사용한 수술 도구에도 남아 있을 정도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조직에 붙기 전에 이를 제거한다. 치료제의 항체가 아밀로이드 베타에 달라붙어 면역 세포를 유인하면, 면역 세포가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 방식이다. 이미 병이 진행된 환자보다 초기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이유다.
레켐비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업계에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간 약값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찬녕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꼭 필요한 환자에 한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레켐비와 도나네맙을 이을 후발 주자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인 곳이 아리바이오와 젬백스앤카엘이다. 아리바이오는 현재 미국에서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국내 임상은 시작하지 않았다. 젬백스앤카엘은 국내에서 임상 3상을 허가받았고, 미국 등에선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이외에 디앤디파마텍, 보로노이, 차바이오텍, 엔케이맥스, 지엔티파마 등이 치료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심희진 기자 / 박민기 기자 /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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