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두고 '성평등' '처우 개선' 목소리 높이는 女 월드컵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각국 여자팀에 대한 처우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일부 팀은 남녀 대표 간 상금 격차를 '성평등'이라는 근본적 맥락으로 확대하려 한다.
개최국 호주축구협회와 대표팀이 이런 흐름의 선봉에 섰다.
지난 17일 호주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 상금을 남자 선수들과 같은 수준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대상은 호주축구협회가 아닌 전 세계 축구계다.
이 문제로 2015년 '파업'까지 한 호주 여자팀은 이미 2019년 대표팀 활동으로 협회가 얻는 총수익을 남자팀과 동등한 비율로 배분하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를 전 세계로 일반화하지 못한 상황이 문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호주 선수들은 "736명의 선수가 나라를 대표해 가장 큰 무대인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며 "그러나 다수가 단체교섭에 임하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구, 재계, 정계 등에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여자축구를 최대한 키우려는 우리의 여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FIFA는 처음으로 32개 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 총상금 규모를 2019년 프랑스 월드컵의 3배가 넘는 1억5천200만달러(약 1천916억원)로 키웠다.
호주 선수들이 보기에 상금이 커지는 추세는 반갑지만 당장의 절대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은 "FIFA는 여전히 성취가 같은데도 남자부의 ¼에 불과한 상금만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총상금 중 1억1천만달러가 클럽에 돌아가는 보상금을 뺀 순수 상금인데, 카타르 남자 월드컵(4억4천만달러)과 간극은 크다.
여자축구 활성화를 꾀하는 FIFA는 이번 대회 모든 선수에게 최소 3천900만원가량 상금을 지급하는 독특한 보상 체계를 꺼내 들었다.
각국 축구협회가 FIFA로부터 받은 월드컵 포상금 중 선수에게 주는 비중을 자의적으로 조정하지 못하게 강제하겠다는 취지다.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FIFA조차도 각국 남녀 대표팀이 동일한 보상을 받을 '현실적 시점'으로 제시한 건 2026∼2027년이다.
당장은 중계 수익 등 시장 규모 격차가 뚜렷해 같은 대우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호주축구협회는 FIFA가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제임스 존슨 호주축구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AP통신 등에 "(남녀 대표팀 상금 비율이) 50대50 수준에 도달했나? 아니다"라며 "(상금 분배가) 개선돼왔지만,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호주가 이번 성명을 내기 전부터 여러 출전국 내부에서 처우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돼 왔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챔피언 캐나다 여자팀도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서 남자팀과 동등한 수준으로 포상금을 받기 위해 협회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팀은 포상 문제로 '태업'을 불사했다.
이달 2일 보츠와나와 평가전에 돌연 대표 선수들이 불참해 남아공축구협회는 13세 유소년을 대체 선수로 내보낼 정도로 곤란을 겪었다.
억만장자인 퍼트리스 모체페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이 기부금을 내 월드컵 참가 수당을 보전해준 후에야 겨우 갈등이 봉합됐다.
지난달 자메이카 여자팀은 그간 국가대표 경기 수당도 제때 받지 못했고, 지원도 부실하다며 공개적으로 자국 협회를 비판했다.
협회가 월드컵 참가 자금조차 마련하지 못할까 불안했던 미드필더 하바나 솔론의 어머니가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직접 후원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자 대표팀이 일군 성취가 너무 화려한 탓에 박탈감을 느끼는 곳도 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로 대표되는 남자팀이 카타르 월드컵 정상에 섰지만, 아르헨티나 여자 선수들은 남자들의 유니폼을 물려받아 쓰는 등 전문 선수로 인정받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여자축구를 둘러싼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선수들이 개막 후 그라운드에서 '성평등'을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지난 카타르 남자 대회에서 '무지개 완장' 문제로 일부 유럽 팀과 대립한 FIFA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각 팀 주장이 골라서 착용하도록 사회적 대의를 강조하는 완장 8개를 제시했다.
'포용을 위한 연대', '원주민을 원한 연대' 등 유엔 각 기관과 협업해 선정한 8개 문구 중 '성평등을 위한 연대'도 있다.
[연합뉴스]
[김선영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p2146@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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