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치보조금 전부 삭감해 100% 피해 보전”···재난대응 정치화

유정인·유설희 기자 2023. 7.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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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카르텔 보조금 전부 폐지, 피해 보전 투입”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별도 언급 안 해
이르면 19일 일부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 “정부는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 작업,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권·부패 카르텔’로 규정한 정부 보조금을 전부 삭감해 피해 보전에 투입하라고 했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며 인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충북 청주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19일부터 순차적으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빠른 시일 내에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모두발언은 TV로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로 서두를 열고 재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방문한 경북 예천의 산사태 피해 현장을 들어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산사태”라며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례 없는 이상기후에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포를 위한 작업이) 70~80% 정도 진행이 됐다”면서 “일부 지역은 이르면 19일 선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른바 ‘이권·부패 카르텔’로 규정한 단체들의 보조금을 폐지해 피해 지원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권·부패 카르텔’은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권, 야권 지지 세력을 싸잡아 비판할 때 주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초당적으로 나서는 재난 대응을 정치화한 것으로 읽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무리발언에서도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해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 붕괴 마을 100% 보전에 투입하라”면서 “국민 눈물을 닦는 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을 쓰라”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이날까지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예천 산사태 현장을 직접 다녀오고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주요하게 언급한 것과 대비된다. 제방과 도로 관리 부실 등 ‘인재’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국무조정실 감사와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단계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인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대신 모두발언에서 두 차례 ‘천재지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선제적·총력적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6박8일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는 집중호우 관련 대응 지시의 약 3배에 달하는 분량을 들여 순방 성과를 전했다.

특히 극비리에 순방 기간을 늘려 다녀온 우크라이나를 두고는 “다소 위험하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을 대표해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민간인 고문과 학살, 어린이 납치와 학대 등 전쟁의 참상을 언급하고 “가장 힘들 때 국제사회가 내밀어준 손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잘 아는 우리 국민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찾아가 책임있게 기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실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 성과는 세 문장으로 짧게 소개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는 제게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에 관해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유와 아울러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방류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방류 과정 모니터링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한국 전문가 참여, 문제 발생 시 즉각적 방류 중단과 통보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전달한 요구 사항 대신 기시다 총리의 ‘위험시 방류 중단’ 약속을 전하는 것으로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요약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마친 뒤 충남 공주시와 논산시를 찾아 농작물과 축사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인근 둑이 무너져 물에 잠긴 수박을 만져보며 “이걸 수확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긴축재정을 유지하는 것은 이럴 때 쓰려고 돈을 아낀 것”이라며 “재난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복구 노력을 하는데 당연히 정부가 도와야 하지 않겠냐”고 피해 주민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3m 넘게 물이 차올라 소 33마리 중 22마리가 익사하거나 물에 떠내려가 사라진 한 축사를 둘러보며 “이놈들(남은 소)이 많이 놀랬겠구만, 얘네들도 물에 잠겼나요”라며 “예산을 충분히 투입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겠다. 걱정마시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집중호우 피해 지역인 충남 공주시의 한 농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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