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수업 본격 돌입 신동빈 장남 신유열은 누구?
父傳子傳 커리어, 승계 가능성↑
업계에서는 신 대표의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 취임이 승계 본격화를 상징한다고 바라본다. 화학업계 관계자 A씨는 "신 대표는 '은둔형 후계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대외적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으며 야금야금 스스로의 입지를 키웠다. 신 회장이 그에게 주요 계열사 한 곳을 더 맡겼다는 건 그만큼 후계자 입지를 강화해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해부터 신 대표의 행보가 선명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대표가 차기 회장이 되리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지난해 말 신 대표는 정기 임원 인사에서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20년 일본 내 제과사업을 하는 ㈜롯데에 입사한 지 3년,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상무보가 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초고속 승진했다. 올해 초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에 처음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VCM은 매년 1월과 7월 한 차례씩 개최된다. 1월 VCM에서는 새해 목표 등 큰 그림을 그린다. 7월 VCM에선 주요 현안에 대한 계획·결과를 공유하고 구체적 성장 방향을 모색한다. 롯데그룹 계열사 전체의 사업 전략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로 여겨진다. 신 대표는 18일 열린 VCM에도 신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신 대표의 승계를 위해 토대를 다지고 있다. 6월 롯데그룹은 '미래성장 TF'를 신규 구성해 본격 가동했다. 롯데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 전략을 마련함과 동시에 오너 3세 승계 작업 준비에 나서기 위함이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본 TF를 '신유열 TF'로 일컫는다.
부친 신 회장과 '판박이' 수준인 신 대표의 커리어도 근거를 더한다. 신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을 거쳐 2020년 ㈜롯데 부장으로 입사해 지난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신 회장도 일본 롯데상사 부장으로 입사한 지 2년 뒤인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올라서며 2세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 즉 신 회장 부자는 일본에서 초·중·고‧대학교를 졸업한 후 컬럼비아대 MBA, 노무라증권을 거쳐 롯데그룹 입사까지 행보가 같다.
"내년 병역 문제 해결, 승계 가속화할 것"
신유열 대표도 하나둘씩 대외 활동에 나서며 후계자 구도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신 회장이 사면 받은 후 첫 해외 출장인 베트남 일정에 동행했다. 같은 해 9월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도 신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10월 초엔 롯데 경영진과 함께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랙스와 롯데백화점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올해 1월 IT·가전 박람회 'CES 2023'엔 신 회장 없이 단독으로 나섰다. 공식 석상 기준 최초의 일로, 신 대표가 '독립적 지위'를 인정받았음을 방증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국적‧병역 문제가 승계에 걸림돌로 거론된다. 1996년 일본 국적을 포기한 신 회장과 달리 신 대표는 일본 국적만 보유하고 있다. 한국 병역법상 만 38세가 돼야 병역 의무가 면제돼 신 대표의 한국 국적 취득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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