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리 충돌해 죽은 새 매년 133마리... 실제 5만마리 추정
정해권 산업위원장 “새와 공존 생태계 만들어야”
인천에서 해마다 유리창에 충돌해 사체로 발견된 야생조류가 133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죽은 야생조류는 5만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18일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의 ‘연도별 조류 충돌 피해 발견 개체 수’를 분석한 결과, 인천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천69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사체로 발견됐다. 이중 766마리가 방음벽에, 216마리가 건물벽에, 87마리는 버스정류장 유리창 등에 부딪혀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남동구가 522건(48.8%)으로 가장 많고, 서구 229건(27.9%), 연수구 81건(7.5%) 순이다. 전문가들은 남동구 구월동 일대 대규모 단지인 구월아시아드 아파트 인근과 서구 심곡동 심곡 3거리 인근에 있는 수백여m 길이의 방음벽 등이 이 같은 야생조류 사체가 자주 발견되는 이유로 꼽았다.
장정구 인천 생태교육센터 이랑 공동대표는 “아시아드 아파트의 경우 약 900m, 서구 심곡동은 약 800m에 이르는 방음벽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 방음벽이 투명한 데다 인근에 야산이 있어 새들이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수는 시민들이 사체를 발견한 숫자일 뿐, 실제론 더 많은 새들이 유리창에 충돌해 죽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장은 “송도국제도시 등 신도심을 중심으로 유리건물이 늘어나면서 야생조류 충돌이 늘고 있다”며 “해마다 5만마리 이상이 죽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런데도 조류 충돌 실태 조사 등을 하지 않고 있다. 현행 ‘인천시 야생조류 충돌 저감 및 예방에 관한 조례’의 제5조는 인공 구조물로 인한 조류 충돌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지역 조류 충돌에 관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며 “이를 통해 조류 충돌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도 이날 산업경제위원회 세미나실에서 ‘투명방음벽 조류 충돌 저감을 위한 인천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정해권 산업경제위원장(국민의힘·연수1)은 “투명 방음벽 등이 조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새들과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새들이 해마다 투명 방음벽 등에 부딪혀 죽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산 확보를 해 내년부터 실태 조사를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치인 가방끈 확인했더니...한국이 가장 길었다
- 민주 “정적 죽이기 올인한 대통령에 동조한 정치 판결”
- 단풍에 ‘삐끗’ 미끄럼 조심, 가을철 등산 ‘안전’ 주의보
- “천천히 늙을래”...유통시장 휩쓴 ‘저속노화’ 열풍
-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표류 언제까지... 수 년째 지지부진
- 빛 잃어 가는 ‘인천민주화운동’…먼지만 쌓여 가는 역사 유인물
- 이재명 대권 행보 ‘먹구름’...한동훈 "사법부 결정에 경의"
- ‘이재명 진짜 위기는 위증교사’…한동훈 “야당 희대의 무리수 동원할 것”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살해 시도 40대 '집유'
- 원아 머리 킥보드로 때린 유치원 교사, 다른 원생 11명도 폭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