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委 109일 공회전…업종·지역 차등적용 손도 못댔다
◆ 최저임금 1만원 그늘 ◆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심의 절차가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하면서 관련 논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심화하는 노정갈등 속에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재계·학계에서 요구한 개선 논의는 사실상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노사합의'를 빌미로 행정력만 낭비했다며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위를 통한 의사결정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노사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제8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580원과 9805원을 제시했다. 양측 격차는 최초 2590원에서 775원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최종 격차가 더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익위원 측은 하한 9820원, 상한 1만150원의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다.
이날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되면 심의에 걸린 기간은 총 109일로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한다. 현재까지 최저임금 심의가 가장 오래 걸린 해는 108일간 심의한 2016년(2017년 적용)이었다. 특히 경영계는 올해 노정갈등 여파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여부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된 점을 가장 아쉬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실제 위원회는 이 같은 기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한 것은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도입해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일부 제외) 등 3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위배된다며 반대했고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용부를 비롯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면 인원부터 효율적으로 다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논의 과정이 소모적으로 변질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위는 공청회 등으로 대체하고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 결정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올해 심의는 공익위원이 노사 간 합의를 강조하며 격차를 최대한 좁히는 데 초점을 두면서 역대급으로 장기화됐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노동계), 사용자위원(경영계),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이 참여해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고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 측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한 뒤 내놓는 중재안을 놓고 표결한다. 최근 3년간 이 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했다. 그러나 이 기간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산식을 두고 비판이 나오면서 공익위원 측에서 합의를 강조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공익위원 측의 이 같은 기조에 근로자와 사용자 측 모두 '면피성'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당초 최저임금 결정 시점으로 유력했던 지난 13일 제13차 전원회의 종료 후에도 일부 위원은 "공익위원 측이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며 "이미 권고안을 산출할 수 있는데도 공정성 논란 등 비판을 피하기 위해 결정을 미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창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될 때 일부 매체가 "9800원 선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불거진 가이드라인 논란도 문제가 됐다. 올해 최저임금위가 노정갈등이 심화하면서 파행을 거듭한 이후 또 한 번 공정성 시비에 불이 붙으며 '노사합의' 기조가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4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교수의 중립성을 문제 삼은 근로자 측이 사임을 요구하면서 개회 자체가 무산됐다.
지난달 27일에는 근로자위원이 정부의 '노동 탄압'을 이유로 퇴장했다가 법정 시한에 열린 다음 회의 때 복귀했다. 노정은 지난 5월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구속돼 근로자위원에서 해촉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한국노총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지만 고용부가 "해촉된 위원과 공동 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제청하기 적합하지 않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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