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면 뭐해요, 기사 한 줄 없는데" 왕조 출신 대학 감독 마음 아프게한 이 말 [★인터뷰]

김동윤 기자 2023. 7.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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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이건열 동국대 감독. /사진=본인 제공
타이거즈 스타 출신의 이건열(60) 동국대 감독이 7년 만에 또 한 번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적은 인원에도 최선을 다한 제자들에게 공을 돌린 그는 대학 야구에도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했다.
동국대는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78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비로 취소돼 고려대와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동국대의 전국대회 우승은 2016년 제71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이다.
불과 20명으로 이뤄낸 우승
이건열 감독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결승전도 선수들이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치러지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다른 팀들은 23~24명으로 하는데 우리는 20명으로 대회를 치렀다. 내가 봐도 참 눈물 날 정도로 열심히 해줘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동국대는 야구부 정원이 많으면 50~60명 되는 다른 팀과 달리 22명을 데려갔다. 부상자를 제외하면 2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으로 일군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지난 1일부터 5경기를 치르면서 팀 평균자책점 1.03, 타율 0.324로 투타 모두 고른 활약을 보였다.

이 감독은 "딱 하나 집어 칭찬하기 어렵다. 칭찬은 다 받아야 맞는데, 경기도 안 뛴 선수들이 선배이면서도 공을 던져주고 물심양면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올해는 팀 전력이 약해 선수들에게도 '올해 너희는 내가 봐도 다른 팀에 비해 약하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해보자'고 했는데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참 고마운 점이 많다"고 웃었다.

동국대학교 야구부가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서 열린 제78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고려대와 공동 우승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건열 감독 제공
1년 동안 12경기만 치르는 대학 팀도 있다
1946년 창단한 동국대 야구부는 김인식(76)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1980년대 초반 이후 2013년 이건열 감독이 부임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군산상고-동국대를 나온 이 감독은 프로에서는 1986년부터 97년까지 12년간 해태(현 KIA)에서만 뛰며 '타이거즈 왕조'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동국대 감독 부임 후에는 이번 대회까지 9번의 우승을 거머쥐면서 학교의 명성을 드높였다.

하지만 괄목할 성과에도 갈수록 줄어드는 대학야구에 대한 관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과거에 한 관계자가 내게 '우승하면 뭐해요. 신문에 한 줄도 안 나오는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탄식했다.

대표적인 아쉬움은 적은 경기 수와 열악한 구장 인프라이다.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 신세계 이마트배 등 7개의 전국 규모 토너먼트 대회가 있는 고교 무대와 달리 대학 야구에서는 전국체전을 제외하면 대학야구선수권대회, 대통령기,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 등 3개 대회뿐이다. 대통령기에는 나서지 않는 학교도 있어 왕중왕전에 진출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12경기(리그 11경기,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1차전)만 치르고 한 해가 끝난다.

이건열 감독은 "대학야구 경기가 리그 11경기, 토너먼트 대회 두 개, 왕중왕전이다. 우리는 우승해서 몇 경기 더했지만, 어떤 팀은 12경기면 1년이 끝난다. 사회인 야구도 1년에 20~30경기를 하는데 이래서 엘리트 체육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런 점이 아쉽다. 경기가 많아져야 저학년도 게임에 출전하고 기량도 느는데 12경기면 나가는 선수들만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대학야구 선수들, 성숙하고 간절하다"
경기수는 적지만, 프로팀 스카우트들은 의무감을 갖고 대학야구 경기를 찾는다. 고등학교 시절 아쉽게 지명하지 못한 선수들의 발전을 보는 것과 동시에 숨은 원석을 찾기 위해서다. 이번 대회에도 KBO 10개 구단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등 30여 명이 홍천야구장을 들렀다고 한다. 하지만 청룡기고교야구대회가 시작되자 스카우트들은 발길을 뚝 끊었다.

이건열 감독은 "홍천야구장만 해도 결승전이 열린 장소이지만, 스카우트나 학교 관계자들이 앉아서 볼 수 있는 관중석이 없다. 학부모들이 천막 치고 보는 현실이다. 나름 결승전인데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스카우트들도 서울에서 대회 시작하자마자 한 명도 안 왔다. 그 점이 서운하긴 한데 어쩔 수 없다. 와도 앉을 자리도 없는데 누구라도 목동구장 같은 시원한 곳에서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야구가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이 프로야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 이 감독은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그래도 신청자 중 30%는 뽑혀야 된다고 본다. 하다 못해 뒤 순번이라도 대학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면 어떨까 싶다. 뒤 순번에서 성공하는 고졸 선수들도 있지만, 1~2년 하다 그만두는 선수도 많다. 그 선수들이 대학에 가면 공부도 하고 다른 진로라도 찾는데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야구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고등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성숙하고 간절함이 보인다"면서 "프로에 많이 가거나 취직을 잘하는 방식으로 대학야구 붐이 일어나야지, 그러지 않고 나 몰라라 하면 정말 큰일날 것 같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동국대학교 야구부가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서 열린 제78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고려대와 공동 우승 후 헹가래를 치고 있다./사진=이건열 감독 제공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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