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팍팍한 일상… 한 페이지 여유를 선사하는 제주 '책방 여행'

최흥수 2023. 7.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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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 추천 마을책방
제주 애월읍 수산리의 그리고서점 내부. 제주관광공사 제공

경계에서 갈등 중인 사람, 이제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사람, 빡빡한 직장 생활에 지친 사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을 반겨줄 곳, 바로 작은 서점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진짜 제주’에서 평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마을책방을 소개한다.

구좌읍 세화마을의 ‘책방마고’는 표지와 판형, 제본, 속지의 그림까지 다양한 아트북을 보유한 서점이다. 마고(margo)는 라틴어로 ‘경계, 변두리, 가장자리’를 의미한다. 광고 관련 일을 했던 책방지기는 세화마을 안쪽 모퉁이에 위치한 이 집 문턱을 들어서는 순간 어떤 경계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만의 선을 넘을까 말까 고민할 때 책에서 그 지혜와 쉼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책방 이름으로 지었다. 반려동물, 어린이, 책을 좋아하는 누구나 환영이다. 인근 관광지로 제주 동부지역 오름 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다랑쉬오름을 추천한다.

구좌읍 세화리의 아트북 전문서점 책방마고. 제주관광공사 제공
구좌읍 세화리의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제주풀무질.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풀무질’은 2019년 세화리에 문을 연 인문사회과학 책방이다. 2,500권 남짓한 책은 인문사회과학, 제주 관련, 시·소설·산문·고전·철학, 어린이 그림책, 생태·평화·인권·나눔 등 5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주인장은 1986년 문을 연 서울 풀무질의 네 번째 일꾼으로, 스물여덟부터 26년 넘게 책방 일을 하고 있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고 ‘이 땅에 내가 왜 사는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책방을 꿈꾼다. 어린이와 강아지를 사랑하는 어른, 즐겁게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 환영이다. 방문객에게 주인 가족만 아는 ‘세화 비밀의 숲’을 추천 여행지로 소개한다. 매주 수요일 쉰다.

인근 구좌읍 평대리의 ‘시타북빠’는 문학평론가를 비롯 패션,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책방이지만, 실상은 제주를 하나의 큰 시집으로 설정하고 시 중심의 인문 예술 콘텐츠를 기획하는 그룹이다. 책방지기이자 문학평론가 함돈균은 ‘시를 읽는 것은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일종의 정신 여행’이라 정의한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삶의 대전환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을 환영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고, 게스트하우스 ‘마음스테이’를 함께 운영한다. 9월부터 마음스테이에 한 달 간격으로 2주씩 작가들이 머물며 여행객과 전환적 시간을 모색하는 ‘작가워케이션 글쓰기리추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영광 나희덕 하재연 황유원 시인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구좌읍 평대리의 시타북빠 내부. 제주관광공사 제공
요리와 관련한 소설, 에세이 등을 주로 판매하는 남원읍 신흥리의 키라네책부엌. 제주관광공사 제공

남원읍 신흥리의 ‘키라네책부엌’은 귤밭 속 ‘따뜻한 음식이야기’가 있는 동네 책방이다. 요리책이 아니라 음식과 관련한 소설이나 에세이, 인문학 위주의 책을 취급한다. 부엌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소품, 생산자가 직접 만든 식재료도 판매한다. 신흥리는 제주에서도 조용한 마을이다. 관광지는 지겨워 '찐' 제주 로컬을 느끼고 싶거나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 환영이다. 100% 네이버 예약제로 운영하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서귀포 6개 책방과 함께 ‘서귀포 책방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귀포 호근동의 ‘북앤띵즈’ 책방지기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북디자이너다. 주인의 취향이 담긴 소품과 그림을 책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서른이 되던 해 그는 '유명한 북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내려놓고 제주로 내려와 글도 쓰고 책도 내고 어린 시절 꿈이던 책방지기까지 됐다. 책장 너머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을 즐기고 싶은 사람, 친구가 되어줄 인생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 환영이다. 일요일과 월요일 휴무다.

창문으로 한라산이 보이는 서귀포 호근동의 북앤띵즈. 제주관광공사 제공
한경면 신창리 골목의 작은 서점 책은선물. 제주관광공사 제공

애월읍 수산리의 ‘그리고서점’은 그리고(Draw) 더하는(And) 공간이다. 어린이 책부터 인문, 철학, 문학, 과학, 자기계발 등 다양한 책을 큐레이션한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문제집도 판매하고 문구점도 운영한다. 동네 아이들이 편하게 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써 오거나 문제집을 풀어 오면 문구를 살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책방지기는 15년의 직장 생활을 접고 어릴 적 꿈이었던 서점 주인이 됐다. 치열한 경쟁과 빡빡한 직장 생활에 지쳐 마음이 힘든 사람, 책과 꿈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기다린다.

‘책은선물’은 한경면 신창리 포구에 자리한 작은 책방이다. 세 평 남짓한 돌 창고를 다듬어 ‘책은 선물, 인생은 여행’이라는 깃발을 달고 2021년 4월 문을 열었다. 선물 같은 작은 책들을 소개하며 일일 서점지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책과 책방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누구나 서점지기가 될 수 있는 책방’을 선물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서점지기 신청 방법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이 협소해 주차장과 화장실이 없다. 매주 수요일 휴무다. 추천 마을책방 전체 목록은 제주 마을관광 브랜드 카름스테이(kareumsta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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