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돌봄노동자들의 붕괴

2023. 7. 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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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스1) = 대한민국 미래를 전망해보면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가족의 해체, 1인 가족의 증가(특히 노인층), 개인의 사회적 고립감 증가 등으로 우리 사회는 전례없이 돌봄의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다. 대응에 실패하면 사회의 붕괴도 각오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이런 현상을 예상한 때문인지 최근 국가의 복지전략으로 '돌봄'이라는 키워드에 힘을 주고 있다. 예컨대, 지난 5월31일 보건복지부는 '국민 긴급돌봄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했고, 7월5일에는 고립 중장년, 가족부양 청년도 소득에 상관없이 '일상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전략을 '사회서비스의 고도화'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책의 내용은 이미 언론에 많이 발표되어 여기서 다시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가지 매우 아쉬운 점은 '돌봄사회'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돌봄의 수요만 강조했지 돌봄의 공급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문제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해 '국민과 미래대화 연구'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재가요양보호사 16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사회가 '돌봄사회'의 실현을 위해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박성원 외, 미래정책의 국민선호 연구, 2022 참조).

한 요양보호사는 "10년을 일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시급제로 일한다"며 "위험수당도 없어지고 휴게시간도 없고 교통비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요양보호센터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주당 59.5시간만 일하도록 해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요양보호사의 직업적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를 비판했고, "중증 환자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의료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제도적 결함"을 꼬집었다. "매우 기본적인 보호 활동만 하도록 부추기는 현재 요양보호 시스템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의 요양보호사에 대한 몰이해와 갑질은 많은 돌봄노동자들이 겪는 일상적인 문제였다. 한 요양보호사는 "노인 돌봄 노동자들은 노인들의 잔존 능력을 유지하거나 키우는 등의 전문적 활동을 하는데 환자의 가족이나 환자는 자신을 가사도우미 정도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때론 남자 노인들이 여성 돌봄 노동자들에게 성적 희롱과 성추행도 한다. 이런 일은 이따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실상 돌봄 노동자들은 다반사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여성 요양보호사는 "이런 일이 많아 남성 노인 환자는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요양보호사는 어려운 처지인 사람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에서 시작하지만, 실제 돌봄 노동자로서 겪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는 자발적 의지를 꺾어놓았다. 게다가 돌봄노동자들은 아파도 쉴 수 없으며, 개인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쉬어야 하고 이동시간을 빠듯하게 인정해줘 과로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이 돌봄노동을 하면서 겪는 현장의 어려움은 매우 다양하고 위급했다. 이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환자의 이름부터 부르는데 만약 대답이 없으면 쓰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마다 너무 긴장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고령 노인이 어떤 심리적, 신체적 상태를 겪게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들을 돌봐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자주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전문적 요양보호사를 키우려고 하지 않고 긴급돌봄만 중요하다고 주장해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돌봄의 현장이 이렇다 보니 돌봄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도 늙으면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의 돌봄노동 시스템으로는 내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들의 희생으로 한국사회의 돌봄서비스가 지탱되고 있지만 이들이 은퇴하면 그 다음 세대가 이런 '정글' 같은 일터의 현장에서 돌봄의 일을 하고 있을지 우려된다는 말이었다.

이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돌봄 대상자, 그의 가족, 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센터장 등이 요양보호사의 인권과 직업적 처우에 대해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받게 하고 특히 돌봄 대상자가 성희롱했을 경우 엄정하게 대처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령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각종 지원시스템의 확충"도 지적했다. 요양보호사의 주당 일하는 시간을 59.5시간으로 정해 4대 보험을 받지 못하게 하는 운영기관과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진짜 돌봄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돌봄서비스의 사각지대도 찾아내야 한다.

돌봄사회의 구현은 정부의 일이다. 기업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 정부가 돌봄노동의 민간화로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앞서 돌봄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는 돌봄노동자의 착취로 이어진다. 결국, 돌봄의 수요는 앞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겠지만 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확대되고 사회적 응집력은 약화될지 모른다.

이런 모순들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사회는 붕괴한다. 모순은 오랜 기간 그 부정적 힘을 축적하면서 우리에게 수없이 경고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사회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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