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라운지] "53년 주택으로 썼는데 공원 웬말"… 한남시범 뿔났다
공원용으로 토지 일부 지정
1970년 토지임대부 주택공급
주민들 땅 매입후 재건축 추진
서울시 "공원 회복해야" 제동
'반세기 넘는 주민들의 보금자리! 서울시는 어거지(억지)를 중단하라!'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시범아파트 입구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빨간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1970년에 지은 이 단지는 53년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때 연탄을 피우던 아파트라는 걸 보여주는 옥상 굴뚝은 여기저기 갈라져 줄에 꽁꽁 매여 있었다. 아파트 곳곳에 금이 가 있기도 했다. 전깃줄이 얽히고설켜 있고 출입구 유리문이 깨진 동도 보였다. 한눈에 봐도 노후도가 심각했지만 재건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40년 조선총독부 시절 '공원'으로 지정된 땅 일부가 단지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시범아파트 주민들은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재건축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남시범아파트가 최근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시조(始祖)' 격인 단지라 재건축이 추진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 단지는 서울시가 1970년에 토지는 국가가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했다. 한남동 6개 필지와 옥수동 1개 필지 위에 120가구 규모 총 4개동이 세워졌다. 2000년대 들어 재건축 논의가 시작됐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어 번번이 무산됐다. 2016년 주민들이 정부로부터 한남동 5개 필지(4648㎡)를 사들인 후에야 재건축이 추진될 수 있었다.
2020년 주민들은 나머지 2개 필지(한남동 1-387과 옥수동 524 일원) 매입에도 나섰다. 특히 한남시범아파트가 쓰고 있는 전체 면적(7345㎡)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는 옥수동 필지(2119㎡)를 살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당시 용산구로부터 "옥수동 524 일원은 준공 당시 면적에 의거해 주택 단지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시 입장은 달랐다. 옥수동 필지는 1940년 조선총독부가 지정고시한 응봉근린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공원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결국 서울시는 2021년 '토지 매입 불가' 처분을 알렸다.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공원 용지라면 애초에 서울시 주도로 지을 때부터 아파트 1동과 4동 일부가 그 위에 세워지지 않게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땅은 53년 전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 울타리 안에 속해 있기도 하다.
거듭된 매입 요청에도 서울시가 "공원으로 회복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주민들이 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서민희 한남시범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이대로면 면적이 좁아 기존 120가구가 다 정착을 못하거나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훨씬 줄여 지어야 한다"며 "우리는 그저 그대로 정착할 수 있는 재건축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는 용산구 땅인 한남동 1-387 일원(578㎡)까지는 살 수 있도록 해 현재 규모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택지를 위해 옥수동 필지의 공원 지정을 해제하는 선례를 남기면 향후 유사한 요청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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