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기업 “제재 반복땐 경쟁력 되레 약화”···대중 규제 '숨고르기'
옐런 "中 보복 대상 아냐" 재강조
양국 경제갈등 확산 진화 안간힘
인텔 CEO 등 美국무 회동 이어
美반도체협회도 "추가 규제 말라"
안보·경제실익 균형점 찾기 나서
“우리가 하는 일은 (중국에 대한) 보복이 아닙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대중(對中) 투자 제한 조치의 범위를 첨단산업 중 신규 투자로 축소하고 나선 것은 추가 제재에 따른 미중 관계의 재경색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의도도 녹아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투자 제한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안보와 경제적 실익 사이의 균형점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 대중 투자 제한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근본적인 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통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획 중인 투자 제한 조치가 안보의 영역일 뿐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추가적인 대중 투자 제한이 중국을 봉쇄하고 고립시키려는 시도라고 보는 중국의 반발을 고려한 설명이다. 미국이 잇따른 고위급 방중을 통해 중국과의 소통 채널 복원에 나선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 제한 조치가 악재로 부상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의도다. 미국 통화금융기구포럼 의장인 마크 소벨은 “중국은 미국의 투자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양국은 함께 배를 타고 있고, 이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민간의 반발도 부담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최고경영자(CEO)와 팻 겔싱어 인텔 CEO,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 정부의 대중 규제가 사업에 미치는 파급력과 심각성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자리했다.
업계의 수장들은 중국 시장의 대체 불가능성과 추가 제재 시 사업에 미치는 타격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온 블링컨 장관이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이슈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분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들 세 업체의 지난해 중국 매출 규모는 510억 달러(약 64조 원)다. 이는 전체 반도체 업체가 거둔 중국 매출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전체 매출(5559억 달러) 가운데 중국 매출이 3분의 1에 달하는 1800억 달러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를 결집하는 최대 단체인 SIA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규제 확대 조치에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냈다. SIA가 이례적으로 강한 반기를 들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대중 수출 통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IA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데다 일방적인 제한 조치를 반복하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SIA는 이날 참석한 기업 세 곳은 물론 삼성·SK하이닉스·TSMC 등 글로벌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SIA는 “강력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강력한 미국 반도체 산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워싱턴의 지도자들은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위해 지난해 역사적인 반도체지원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노력의 긍정적인 영향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업계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고,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반복적 조치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는 상당한 시장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중국의 보복 조치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산업계와 미중 관계를 의식해 역외 투자 제한 범위를 실제로 축소할 경우 미국 내 대중 강경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무역대표부 부차관보를 지낸 에밀리 킬크리스는 “이번 조치가 일부 거래를 금지하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더 포괄적인 제한을 원했던 일부 중국 매파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의회에서는 대중 투자 제한 조치를 더욱 광범위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0억 거절 이효리 11년만에 상업광고…부르는 게 값?
- 송혜교 집 공사하다 철근 떨어져 이웃 주민 차 파손에 결국
- '시럽급여' 없앤다고?…'회사 '실업급여 갑질'이 더 심각해요'
- 영국 해안서 고래 50여마리 '떼죽음'…사회적 유대 때문?
- ''먹튀' 소식만 접했는데'…군인 몰래 40만원 결제한 중년 남성 '훈훈'
- 국가재난상황인데…싸이 '날씨도 완벽' 부적절 후기 논란
- 오송 지하차도 현장서 '방긋'…노란 옷 입은 저 사람 누구지?
- 현역 女의사 중 싸움 가장 잘한다더니…3년만에 프로복싱 韓 챔피언 등극
- 얼빠진 충북도·청주시·흥덕구…'오송 지하차도의 비극'은 인재
- 춘천 산골 마을 일곱째 막둥이 출산…마을 50번째 주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