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신내역은 되지만”…통신사 개인정보 공개 범위, 6년 만에 확정
소송 6년 만에 최종 결론 나와
착신내역은 개인정보로 ‘공개’
기지국 위치는 개인정보 부정
18일 매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오픈넷에서 활동했던 김가연 변호사가 과거 KT를 상대로 낸 공개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6년 4개월 만에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온 것이다.
김 변호사는 2017년 2월 K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에 나섰다. 착신 전화번호, 통화일시, 사용도수, 기지국 정보 등의 고객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였다. 통신사가 이용자 정보를 얼마나, 어떤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어디까지 공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법으로 보장된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을 통신사가 얼마나 보장해주고 있는지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 조정 과정에서 발신내역과 접속 IP 등의 정보는 공개됐다. 그러나 착신내역과 기지국 위치 정보는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KT는 착신내역이 자사 고객이 아닌 제3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심은 김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착신전화번호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해당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며 “이용자의 이동전화 이용 내역과 관련된 정보로 KT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서 정한 이용자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더라도 송신인의 전화번호인 착신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KT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 변호사도 기지국 위치 정보를 ‘동’ 단위까지만 표기해 제공한 KT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2심에서 청구 취지를 변경했다. 개인위치정보에 해당하는 기지국 위치를 지번주소 단위까지 정확하게 표기해 공개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2심은 김 변호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원고(김 변호사)의 위치가 아닌 기지국 위치에 관한 정보는 개인위치정보 자체가 아님은 법문상 명백하다”며 “기지국 지번주소를 통해 개인위치정보와 관련해 추출할 수 있는 것은 ‘발신기지국의 접속 반경’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기지국 주소를 토대로 이용자 위치를 측정하는 셀 아이디 측위는 오차가 최대 수 km까지 발생할 수 있고 주파수 세기, 이용자 수에 따라 접속 기지국이 변경될 수도 있는 만큼 ‘개인위치정보’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셀 아이디 측위의 경우 단말기 이용자가 접속한 기지국의 서비스 셀 아이디를 통해 해당 기지국 접속 반경 내에 단말기가 존재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2심 재판부는 “기지국 접속 반경 내에 원고가 소재하고 있었다는 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기지국 위치 정보가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원고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별다른 추가 판단을 제시하지 않고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오픈넷 측은 법원이 개인정보 열람권을 확립했다면서도 기지국 위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오픈넷 이사를 맡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심 판결을 통해 이용자가 원할 경우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기지국 접속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해 개인정보 열람권을 확립했다”며 “이통사가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지 않는 경우의 기지국 접속 정보도 보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다량 보관하고 있음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항소심에서 이통사가 기지국 고유번호만을 제공하고 기지국의 지도상 위치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개인정보 열람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소송 당사자인 김 변호사도 “기지국 위치 정보는 (사실상) 이용자가 돌아다닌 위치 정보인데 대법원이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해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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