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직원대비 43% 사장 퇴진 찬성 조사에 국힘 압박까지
투표관리위, 팀장급 이하 찬반투표결과 투표율 45%, 찬성률 95%
"윤 정권 입맛 맞는 사장 오는 건 괜찮나" 반론에 "KBS 없어질 상황, 공정성 논란 무의미"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KBS 분리징수에 부실 대응했다는 책임을 물어 KBS 팀장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김의철 사장 퇴진 찬반투표에서 재적인원 대비 43%, 투표자 대비 95%의 높은 퇴진 찬성률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김 사장과 남영진 이사장까지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등 이 기회에 KBS 경영진을 정권에 맞게 교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투표에 참여한 직원들은 김 사장이 사즉생의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사장과 이사장이 물러나고 KBS 이사회 여야 구성이 바뀐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 입맛에 맞는 사장이 들어와 또다시 나팔수 방송이 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투표 주최 측은 “KBS가 없어질 상황에서 공정성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KBS 전직원 투표관리위원회(김창회 라디오 PD, 우정화 기자, 유제만 경영직원, 이상헌 TV PD, 이재홍 ANN, 정기태 엔지니어, 황형선 라디오 PD)는 지난 12일부터 17일 까지 분리징수 부실대응 책임을 물어 실시한 김의철 사장 찬반투표에서 팀장급 이하 재적 인원 4028명 가운데, 1819명이 투표에 참여해(투표율 45.2%) 사장 퇴진 찬성 1738명(95.6%), 퇴진 반대 81 명(4.5%)가 나왔다고 밝혔다. 재적인원을 대비한 사장 퇴진 찬성률은 43.1%에 달한다.
KBS 전직원 투표관리위원회는 18일 KBS 사내게시판(KOBIS)에 올린 글에서 “최고 리더의 사즉생은 말이 아닌 실천”이라며 “철저한 자기희생의 실천, 남 탓하지 않는 결자해지의 실천”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집요한 투표 참여 방해 행위 없이 정상적인 투표 참여가 이루어졌다면 이번 퇴진 찬성율도 과반을 넘었을 것”이라며 “김 사장은 실기하지 말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도 사퇴 촉구에 목소리를 보탰다. 최현철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KBS호의 침몰, 무책임한 선장 김의철 KBS 사장과 이사진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밝혔다. 최 부대변인은 “사장 퇴진 요구의 목소리는 투표에 참여한 인원 9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에서 명백히 보여준다”며 “이젠 생계를 걱정하는 KBS 직원들은 지금도 엄청난 폭우로 재난방송의 책무를 다하며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최 부대변인은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영진 이사장에 대해서도 사퇴하라면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실마리를 사장과 이사진 퇴진에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의철 사장 찬반투표를 제안한 '전직원 KBS 투표관리위원회' 소속 KBS PD는 1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95% 이상 찬성이 나왔다는 건 정상적으로 투표했어도 과반을 넘겼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의철 사장에 사원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건 뭐냐면 안이하게 판단해 이 사태를 몰고 왔는데도 자기 희생의 결기가 안 보인다는데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사장이 퇴진하고, 이사장까지 물러나게 될 경우 KBS 이사진 여야 구성이 여당 다수로 역전돼 윤석열 정부 입맛에 맞는 사장이 들어오게 돼 다시 정권의 나팔수 방송이라는 비판에 휩싸이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이 PD는 “지금 현안이 조직의 생존이고, 그건(방송 독립성은) 조직의 생존이 담보된 뒤에 논의될 내용”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에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재원 확보 방안 마련히 시급한데, 지금 사장은 협상 당사자 인정 못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 PD는 “우려도 이해되지만 그건 새 사장이 오고 난 후에 벌어질 불확실성”이라며 “(현재 재원 확보 문제부터) 선 해결돼야 거버넌스를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제도개선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또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밀어붙인 건 정부인데, 왜 사장에게 책임을 묻느냐'고 묻자 이 PD는 “새정부가 들어왔을 때 특정 인사 위주의 친목인사를 한 데 이어, 지난 2~3월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의사를 밝혔을 때도 (인사로) 내부정비는 하지 않은채 '분리징수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고 넘어갔다”며 “그러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임박했을 때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분리징수를 철회하면 그만두겠다'고 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신료 분리징수 책임에 대한 과거 탓할 때가 아니다”라며 “KBS가 없어질 상황에서 공정방송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 PD는 “공영방송 플랫폼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대응할 수 있나”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능력이 과연 있느냐”라고 했다.
이 같은 사장 퇴진 찬성이 높게 나온 투표결과와 사장과 이사장 모두 퇴진하라는 국민의힘 부대변인 논평을 두고 KBS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영란 KBS 홍보팀장은 18일 오후 미디어오늘 질의에 대한 SNS메신저 답변에서 “입장이 없다”고만 답했다. 전직원 투표관리위원회의 직원 대상 사장 퇴진 찬반 투표결과는 KBS 사장이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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