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자유” 폭우 골프 당당한 홍준표에…분노한 공무원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 “상황과 직분 망각…강력 규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의 '폭우 골프'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집중호우로 비상근무에 돌입했던 공무원들은 '자유'를 외친 홍 시장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홍 시장은 재난 대응 매뉴얼 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홍 시장은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난 업무 매뉴얼 '원칙'에 따라 근무한 점을 거듭 밝히며 어떠한 규정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부단체장이 업무 총괄하고 단체장은 부여된 역할이 없다"며 "정상 근무나 자택 대기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게 대구시 재난대비 매뉴얼"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골프 일정으로 논란이 된 지난 15일, 대구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됐더라도 업무 총괄 역할을 맡은 사람은 부시장 등 '부단체장'이지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어 "비상근무 2단계시는 재난 안전실을 중심으로 65명 정도가 조를 짜서 근무하고 부단체장은 상황이 있을 때 단체장에게 통신으로 보고하거나 직접 현장에 나간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비상 2단계 발령시 단체장은 관례상 위수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얼하던 상관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 3단계'때 단체장이 업무총괄을 하도록 돼 있는데 주말의 경우 '비상 2단계'에 불과했다고도 했다.
홍 시장은 일각의 비판이 '국민 정서법'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골프를 이용해서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 하는건 어쩔수 없지만 아직도 국민 정서법에 기대어 정치 하는건 좀 그렇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시 재난대비 매뉴얼을 지켰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시장은 전날 대구지역 현안 논의를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도 이번 논란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입장을 폈다.
그는 '주말 골프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권위주의 시대 정신으로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하느냐"며 쏘아붙였다.
홍 시장이 '주말은 자유'를 외치며 골프를 치러 갔던 15일 오전 11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대구 지역 비상근무자는 1014명에 달한다. 이는 대구시청과 각 구청, 산하 공공기관을 합친 숫자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내가 비상근무를 지시한 일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홍 시장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보고할 대구시 상황 자체가 없다. 골프 치는 동안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 받은 사항 자체가 없다"며 "(대구) 팔거천 (실종) 사고는 (골프 경기를) 그만두고 난 뒤 집에 와서 있을 때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이냐"며 "나는 그런 처신을 한 일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의 이 같은 주장에 일선 공무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대구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무원들에게는 비상근무를 지시해 놓고 본인은 힐링골프를 치러 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골프를 친 시기도 논란이지만 15일 이후 홍 시장의 공개적 발언들은 논란을 넘어 충격"이라며 "공직자들의 주말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직원들에게는 왜 비상근무를 지시했나"고 했다.
대구본부는 "상황과 직분을 망각하고 골프를 즐긴 홍 시장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공직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홍 시장의 폭우 골프와 관련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김기현 대표 지시에 따라 홍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 사안을 당에서 굉장히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이에 대해 먼저 사실관계 및 진상을 조사로 파악한 이후에 후속 조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당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본 뒤, 홍 시장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당무감사위원회 감사나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홍 시장은 집중호우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5일 오전 팔공CC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대구 시민은 물론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홍 시장은 폭우로 골프를 1시간여 만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상예보로 대구 등 남부지방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보된 상황에서 시장이 시민 안전을 제쳐두고 골프를 치러 간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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