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LG '오너경영' 조명한 野…"反기업적 사고 의미 없어"
"친(親)기업, 반(反)기업 이런 이분법적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부분에 더 큰 관심과 노력 을 기울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돼야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 정당, 대중 정당이 될 수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LG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확보와 오너경영의 역할'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은 '공정'이란 두 글자로 기업을 바라봤다"며 "공정은 약자를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며 그로 인해 기업 혁신을 가속하는 역할이 있었고, 자유시장 체제를 확고히 하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은 G2(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를 중심으로 글로벌 국가 분쟁이 치열하고 보호무역주의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개편 움직임이 있다"며 "민주당이 공정이란 글자에만 매몰돼 기업을 바라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전환 시대에 있어 오너경영의 장점도 환경을 잘 만들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소기업과 중견 기업을 보호하되 대기업 규제가 과한 것은 아닌지, 글로벌 기업 성장에 있어 대기업과 기업 집단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국회가 할 일이 있으면 과감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LG그룹의 오너 경영이 이차전지 사업 성공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며 글로벌 기업 경쟁에서 오너의 선제적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하면 반기업, 친노동 아니냐는 오해가 많다"며 "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할 때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어떻게 기업을 유치하고 성장하게 만들었는지를 보면 민주당이 어떤 당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민주당도 어떻게 국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국회가 입법·예산으로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도 "탄소중립 기후 위기 등 전 세계가 환경문제에 집중하면서 오염물질과 도시가스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산업이 급속 발전했다"며 "반도체나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자원들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함께해야 할 시기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기업이 경쟁력을 더 키우도록 민주당도 힘쓰겠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재위에서 국가전략 기술에 대해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25%까지 세액 공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LG그룹의 뚝심 경영에 화답하는 국회의 모습이라고 본다. 과감하게 투자하고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했다.
발제를 맡은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은 30년을 앞서 끈기와 뚝심의 리더십으로 배터리 산업에 투자해왔다"며 "LG, 삼성, 현대, SK 같은 기업들은 모두 오너들이 긴 안목을 갖고 투자하며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경영이든 전문경영인 체제든 어떤 방식이 더 좋은가는 쉽게 결론 내기 어렵다"며 "문제는 어떻게 좋은 경영자를 고르고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적이고 역량 있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이를 확보하면 경영자를 견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창업자의 가족이 굳이 최고경영자로서 경영에 참여할 필요 없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서 전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동시에 상호출자제한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공정거래법은 기본적으로 제조 중심의 산업 시대를 전제하고 만들어진 규제체제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절치 않다"며 "다양한 인수합병과 합종연횡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어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권순우 삼프로TV 뉴미디어본부장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희토류라는 핵심 품목 가운데 3가지를 갖고 있는 게 한국"이라며 "오너가 미래를 보고 투자를 계속할 수 있던 한국 기업 문화의 덕분"이라고 했다.
권 본부장은 "문제는 오너 경영 자체가 아닌 '오너를 위한 경영'을 했던 것"이라며 "기업 승계·지배권 유지를 위해 수많은 불법·편법으로 누군가의 재산을 강탈해왔던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이어 "기업은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주주는 기업의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판단하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며 "기업과 주주가 어느 시점에서 타협이 가능한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투자 기반 확충 △차세대 배터리 기술 초격차 확보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육성 △배터리 인재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부회장은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투자 세액 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도 "투자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선 영업이익이 나야 하는데 대규모 투자를 하다 보니 영업손실을 보는 기업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 세액 공제에 직접 환급이나 공제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국회가 관심을 두고 도와달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27일까지 13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여했던 경쟁력 모임은 이날 25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력 모임은 엄중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기업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 모임이다. 경쟁력 모임은 향후 국내 기업들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확장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방침이다.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마치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만나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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