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중국 경제, ‘잃어버린 30년’ 일본식 침체 따르나···세계 경제 파급 효과에 촉각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초고속 성장 시대가 끝나가는 중국이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식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회복세를 만회하기 위해 내수 소비 확대와 취업 촉진, 소득 증대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지난해 동기 대비 6.3%에 증가에 그치면서 시장 기대치(7.1~7.3%)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씨티그룹과 JP모건은 당초 5.5%였던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5%로 내렸다. 모건스탠리도 당초 예상치(5.7%)보다 하향한 5%로 기대치를 낮췄다.
중국은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높은 청년실업률까지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터라 하반기에는 경제 반등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이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18일 공동 사설에서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라며 반박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내수 소비 확대와 취업 촉진, 소득 증대 대책을 쏟아내며 경제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중국 거시경제 주무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심의·승인한 고정자산 투자 사업이 모두 91개로 총투자액은 7011억 위안(약 123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늘어난 액수로, 투자처는 에너지, 첨단기술, 교통, 수자원 활용 등 사업에 집중됐다. 상무부도 이날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한 11개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데이터와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느끼는 감정 사이에는 온도 차이가 있다”며 “실제로 중국 국민이 느끼는 경제상황은 국가 발표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누리꾼들은 “나라가 통계치로 ‘경제상황이 괜찮다’고 하면, 이에 맞춰 국민들도 (그렇지 않지만) ‘괜찮다’고 감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아슬아슬한 중국의 경제 상황은 세계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급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 이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30년 간 세계 각국은 무역을 통해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를 키워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 간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에서 차지할 비중이 22.6%에 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에 광물을 수출하는 브라질과 호주, 첨단기술을 수출하는 한국과 대만, 중국 단체 관광객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 세계의 일자리와 경제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불황에 대비해 각국의 경제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 의존적 전략을 바꿔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중국이 지난 30년 간 고도의 성장을 이뤘지만, 앞으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식 침체를 고스란히 따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고성장 시대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중국 지도자들은 경제 둔화의 책임을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돌리며 미중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 등이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도 중국에게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WSJ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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