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 오른 게 없는데 또···” 때 이른 폭우가 서럽다

노도현 기자 2023. 7. 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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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산지 집중호우에 밥상물가 들썩
한 달 새 시금치 219%·적상추 208% ↑
폭염·태풍·추석···물가 상승 요인 줄줄이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안 오른 게 없어요. 오이가 하도 비싸서 오이지를 못 담근다니까.”

인천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김현주씨는 18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록적인 폭우에 오이는 물론 대파, 상추 등 야채 값이 줄줄이 올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부터 닭고기 값 상승도 겪은 터다. 김씨는 “농산물시장에서 물건을 대주는 사장님이 ‘대파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마트에서 사서 쓰라’고 할 정도”라고 했다.

전날 마트에서 2980원에 산 대파 한 단이 도매시장에선 품질에 따라 최대 3900원대까지 거래됐다. 농산물시장은 산지 상황에 따라 그날그날 가격이 변동되는 반면, 마트는 물건을 비축해놓고 팔기에 시차에 따른 약간의 가격차가 생긴다. 마트 물가가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미 소매점에선 시금치 한 단에 6000~7000원, 오이 한 개에 1000원꼴에 판매되고 있다.

김씨는 “경기도 안 좋은 데다 물가도 올라만 가지 내려오지 않고 있잖나”라며 “매년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야채 값이 오르지만 올해 유독 더 힘들다”고 말했다.

집중호우가 농작물 생산지를 덮치면서 밥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장마철 호우에 이어 폭염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태풍까지 불어올 수 있어 한동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안정을 도모하던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상등급인 시금치 4㎏ 도매가격은 5만4840원으로, 한 달 전 1만7170원보다 219.4% 올랐다. 1주일 새 50% 넘게 뛰었다. 평년(2만4439원)과 비교해도 2배 넘게 비싸다.

상등급 적상추 4㎏ 도매가격은 5만9720원으로 한달 전 1만9345원보다 208.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얼갈이배추와 다다기오이 가격은 각각 133.6%, 85.1% 상승했다.

전북 고창, 충남 논산, 경북 예천 등 여름과일 산지들도 물에 잠겨 수박, 복숭아 등도 앞으로 가격 상승이 불보듯 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피해 신고가 접수된 농지 면적이 3만1064.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의도 면적(290㏊)의 107배에 달한다. 가축은 약 69만3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대부분이 닭이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쳤다. 이미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넘어선 비가 쏟아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일찍 요동치기 시작했다. 장마 이후 폭염과 태풍, 9월 추석 등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줄지어 있다.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신모씨는 “야채값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 배추 같은 건 장마로 인해 물을 많이 먹고 있다가 해가 쨍하고 반짝이면 다 쓰러져 값이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씨는 “아직 추석까지 한 달 넘게 남은 만큼 영향이 지속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도 “태풍이 올 경우 야채보단 과일값이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장 물가를 두고는 “김장철에 나올 물건들은 아직 파종하기까지 시간이 있어 지금 상황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고 했다.

해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했던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국제 곡물값이 뛰어 국내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앞세워 라면 등 식품가격 인하를 이끌어낸 정부의 물가 안정화 움직임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20일 농축산물 수급상황 회의를 열고 수해에 따른 물가 영향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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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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