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스스로 설명한 ‘HBM’ 기술 자신감의 근거…삼성전자·마이크론 따돌릴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2013년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공개 기업설명회(IR)에서 자사만의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방식 패키지 기술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MR-MUF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HBM 라이벌 업체들과 차별화된 SK하이닉스만의 차별화된 기술이다. 증권가에선 MR-MUF 방식이 SK하이닉스의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2일 개최한 SK하이닉스의 비공개 IR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이 자리에선 HBM 기술에 대한 SK하이닉스의 전망과 관련된 질의응답이 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MR-MUF 기술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그는 “SK하이닉스의 3세대 HBM 제품인 HBM2E부터 MR-MUF가 적용돼 작년 말부터 공급 중인 신제품 HBM3에도 적용 중인 기술”이라며 “5세대 HBM3E는 물론,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에도 SK하이닉스는 MR-MUF 기술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MR-MUF 패키지는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부착하고 칩을 위로 쌓아 올릴 때 칩과 칩 사이 공간을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라는 물질로 채워주고 붙여주는 공정을 말한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 보호재’를 주입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앞서 경쟁사들은 이 칩 공정에 ‘논컨덕티드필름(NCF)’ 기술을 활용했다. NCF는 칩을 쌓아 올릴 때 칩과 칩 사이에 일종의 ‘필름’을 사용해서 쌓는 방식이다. EMC를 활용한 기술을 경쟁사들은 확보하지 못했단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MR-MUF 패키지를 통해 제품 한 개 안에 쌓는 D램 수를 기존 8개(16기가바이트)에서 12개로 늘려 용량을 50% 가량 높였다.
채 연구원은 MR-MUF의 장점으로 우수한 방열 특성을 꼽았다. 그는 “기존 NCF 공정에선 마이크로 범프 사이 빈 공간을 공극(Void) 없이 고르게 채워주지 못함으로써 방열 특성이 나빠지고 품질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라고 했다.
칩 두께를 유지하면서 용량(적층수)을 높이기 위해 D램 칩을 40% 얇게 만들어 위로 한 개씩 쌓아야 되는데, 이 경우 얇아진 칩이 쉽게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막고 칩의 두께를 유지하는 데 MR-MUF가 큰 장점이 있다는 것이 SK하이닉스 측의 입장이라고 채 연구원은 언급했다.
이 밖에도 채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측이 NCF에선 높은 열을 주는 시간과 열을 식히는 시간이 모두 필요한데 MR-MUF에선 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생산성이 3배 개선됐다고 말했다”며 “NCF는 칩과 칩 사이 공간을 채우는 공정을 진행한 후 전체 칩을 에폭시로 감싸는 두 단계 프로세스를 거치는 반면, MR-MUF는 액체 소재로 공간을 채우는 공정과 에폭시 마감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HBM 관련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미국 마이크론(10%) 순이었다.
SK하이닉스가 HBM 5세대 제품인 HBM3E를 필두로 점유율 격차를 더 벌리면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38%, 9%로 소폭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 소통행사인 ‘위톡’에서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최근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시장조사업체의 리서치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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