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 ‘이재명 힘 싣기’ 논란···계파 갈등 자초하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분열은 혁신의 대상”이라는 김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은 당내에서 비이재명(비명)계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혁신위의 ‘이재명 지키기’가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 원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인이 잘 아실 것”이라며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전 대표가)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 다음날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은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18일 MBC 라디오에 나와 논란이 된 자신의 인터뷰 발언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이 전 대표께서는 원로신데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정치적인 언행을 하실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당을 통합하는 데 역할을 하실 걸로 기대한다’고 했는데 언론이 앞뒤 자르고 연결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단합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보였다. 그는 “두 분이 만찬을 끝내고 나오면서 깨복쟁이 친구처럼 어깨동무하고 나온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며 “둘이 어깨동무하면 그분들을 지지하는 모든 분들이 다 나서서 스크럼을 짜줄 것 같다”고 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혁신안 1호로 당에 권고한 뒤 혁신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 방어를 위해 비명계를 공격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불편부당해야 혁신안을 냈을 때 비판받지도 않고 혁신의 동력이 되는데 메시지가 정제돼 있지 못하다”며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 아니냐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이재명 지도부는) 작년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라서 적법하게 선출된 지도부”라며 “그 지도부가 교체될 수 있는 방법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탄핵밖에 없다. 저희는 아직 이분이 탄핵에 이르는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체제 자체가 쇄신 대상인지 혁신위에서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가 내년 총선 공천 규칙과 대의원제를 손 볼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공천 룰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안 다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제에 대해서도 “폐지가 될지, 어떤 식으로 유지가 될지는 굉장히 심각하게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혁신위가 공천 룰과 대의원제를 손질하면 계파 갈등이 또다시 점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 5월 공천 규칙을 확정했다. 대의원제 폐지냐 보완이냐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 사이 입장이 갈린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공천 룰은 지금까지 혁신위가 보여준 실력에 비춰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라며 “이해관계가 첨예할뿐더러 이미 당내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진 시스템 공천을 왜 건드리나”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공천 방향을 제시하는 거면 몰라도 공천 룰 포맷은 이미 짜여 있는데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가 혁신안을 건건이 발표하면 파열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