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 ‘이재명 힘 싣기’ 논란···계파 갈등 자초하나

탁지영 기자 2023. 7. 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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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혁신위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분열은 혁신의 대상”이라는 김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은 당내에서 비이재명(비명)계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혁신위의 ‘이재명 지키기’가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 원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인이 잘 아실 것”이라며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전 대표가)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 다음날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은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18일 MBC 라디오에 나와 논란이 된 자신의 인터뷰 발언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이 전 대표께서는 원로신데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정치적인 언행을 하실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당을 통합하는 데 역할을 하실 걸로 기대한다’고 했는데 언론이 앞뒤 자르고 연결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단합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보였다. 그는 “두 분이 만찬을 끝내고 나오면서 깨복쟁이 친구처럼 어깨동무하고 나온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며 “둘이 어깨동무하면 그분들을 지지하는 모든 분들이 다 나서서 스크럼을 짜줄 것 같다”고 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혁신안 1호로 당에 권고한 뒤 혁신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 방어를 위해 비명계를 공격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불편부당해야 혁신안을 냈을 때 비판받지도 않고 혁신의 동력이 되는데 메시지가 정제돼 있지 못하다”며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 아니냐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이재명 지도부는) 작년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라서 적법하게 선출된 지도부”라며 “그 지도부가 교체될 수 있는 방법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탄핵밖에 없다. 저희는 아직 이분이 탄핵에 이르는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체제 자체가 쇄신 대상인지 혁신위에서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가 내년 총선 공천 규칙과 대의원제를 손 볼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공천 룰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안 다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의원제에 대해서도 “폐지가 될지, 어떤 식으로 유지가 될지는 굉장히 심각하게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혁신위가 공천 룰과 대의원제를 손질하면 계파 갈등이 또다시 점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 5월 공천 규칙을 확정했다. 대의원제 폐지냐 보완이냐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 의원 사이 입장이 갈린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공천 룰은 지금까지 혁신위가 보여준 실력에 비춰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라며 “이해관계가 첨예할뿐더러 이미 당내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진 시스템 공천을 왜 건드리나”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공천 방향을 제시하는 거면 몰라도 공천 룰 포맷은 이미 짜여 있는데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가 혁신안을 건건이 발표하면 파열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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