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IPO 슈퍼대전 개막…‘따따블’ 노리는 공모주는?[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상장 첫날 가격 제한폭 풀자 공모주 수익률 123%로 상승, ‘문어발’ 청약으로 총 수익금은 감소
올여름 기업공개(IPO) 대전이 개막됐다. 7월부터 한 달 동안 30여 곳의 공모 기업이 릴레이 청약에 나선다. 새내기 종목의 상장 첫날 가격 제한 폭이 공모가의 400%로 확대되면서 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청약 열풍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공모 기업 수, IPO 호황기 뛰어넘어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7월 통신 기기 전문 기업 센서뷰와 웹툰 제작사 와이랩을 시작으로 8월 초까지 20개 기업이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최대 30여 곳에 달한다. IPO 호황기였던 2020년과 2021년보다 많다.
통상 7~8월은 IPO 성수기로 꼽힌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에 따라 최근 실적을 반영해 공모 절차를 진행하면 이 시기 청약 일정이 몰리기 때문이다. 5월 중순 제출한 1분기 실적 보고서를 토대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한 기업이 6월 중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효력 발생일인 15일 이후부터 공모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공모 기업이 해외 기관투자가를 모집할 경우 반기 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8월 초엔 상장을 마쳐야 한다. 해외 투자 설명서에 제공한 결산 자료의 작성 기준일로부터 135일 이내에 청약·배정·납입·상장 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135일 룰’이 있기 때문이다. 대어들의 청약이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집중되는 이유다.
2021년 IPO 성수기에는 7~8월 청약을 진행한 공모 기업이 24곳에 달했다. SD바이오센서·카카오뱅크·크래프톤·롯데렌탈 등 기업 가치 조 단위의 기업들이 이 시기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 여름엔 쏘카·새빗켐·성일하이텍·루닛 등이 IPO 시장을 달궜다. 하지만 작년에는 증시 침체로 공모 기업 수가 18개로 줄었고 청약 성적도 극명히 엇갈렸다.
올해는 증시가 회복되고 중소형 공모주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공모 기업 수가 증가했다. 상장 예비 심사 지연과 금융감독원의 정정 신고서 요청이 겹치면서 일정이 밀린 기업들이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7월 셋째 주와 8월 첫째 주엔 같은 날 4개 기업이 동시 청약이 진행될 정도로 IPO 시장이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7~8월 두 달간 공모 기업 숫자가 30곳을 넘어설 수도 있다”며 “수십만 명의 청약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서버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종 불문, 라이트급 기업 대거 출격
올해 IPO 시장은 시가 총액 1000억원대의 중소형 코스닥 기업이 주도한다. 시총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파두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 가치 1000억원대의 중소기업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강관 업체 넥스틸이 유일하다. 시총 100억원 안팎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5곳의 공모도 예정돼 있다. 7월 6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교보14호스팩이 상장 첫날 가격 제한 폭인 공모가의 400%인 8000원에 근접하면서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스팩은 상장 첫날 공모가(2000원) 대비 240.50%(4810원) 오른 681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후에도 공모가의 두 배 이상을 유지하며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IPO 시장에서 그동안 비인기 업종으로 분류됐던 제조 기업들이 다수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그동안 IPO 시장은 메타버스, 코로나19 진단 키트, 2차전지, 플랫폼 기업 등 테마 종목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사이버 보안, 스마트 팩토리, 소재 부품 장비, 통신 설비,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올 상반기 유아 가구 제조 업체 꿈비, 화장품 제조사 마녀공장 등이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자 제조 기업들이 잇달아 공모에 나서는 분위기다. 화장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인 뷰티스킨과 전력 반도체 제조 기업 시지트로닉스, 스마트 팩토리 전문 기업 엠아이큐브솔루션 등이 공모에 나선다.
제조업 외에 인공지능(AI)·증강현실(XR)·반도체 등 성장성이 높은 업종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최근 바이오 섹터의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AI 기반의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테크 기업인 파로스아이바이오가 공모에 나선다. 시총은 1809억~2325억원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공모가 3만원, 시총 3000억원대에 상장한 AI 기반의 암 진단 기기 개발사 루닛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AI 의료 기기 업체의 몸값도 동반 상승했다. 루닛은 7월 들어 주가가 20만원에 근접했고 시총 2조원을 돌파했다. 증권가는 AI 기반의 의료 기기 업체들이 재조명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산업용 XR 솔루션 개발 업체 버넥트,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업체 에이엘티 등이 7월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8월에는 사이버 보안 업체 시큐레터, 세포 분석 자동화 기업 큐리옥스 바이오시스템, 방위 산업 솔루션 개발사 코츠테크놀로지 등이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주 수익률 73%→123%, ‘따따블’ 나올까
증권가는 이번 IPO 대전에 수십만 명의 청약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거래소가 6월 28일부터 거래소가 새내기 종목의 상장 첫날 가격 제한 폭을 공모가의 400%로 확대한 이후 공모주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제한 폭을 확대한 이후 상장한 공모주의 수익률은 평균 123%로, 직전 3개월의 평균 수익률인 29%보다 네 배 이상 높았다. 공모가 1만원인 공모주를 상장 첫날 종가에 팔았을 때 이전에는 2900원의 수익을 냈다면 제도가 바뀐 이후에는 1만2300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7월 6일 상장한 이노시뮬레이션은 시초가가 공모가(1만5000원)의 약 세 배인 4만4850에 형성됐고 공모가 대비 2만원(133.33%) 오른 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에 공모주를 매도했다면 199%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공모주 수익률이 상승하자 조 단위의 증거금이 몰리고 있다. 2차전지 장비 회사 필에너지는 7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일반 청약을 받은 결과 약 15조76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6월 상장한 기가비스가 세웠던 기록(9조8215억원)을 넘어섰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1318 대 1로 나타났다. 배정 물량이 많았던 미래에셋증권에서만 50만 명이 청약했고 삼성증권은 15만8000명이 몰렸다. 지난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청약 당시 총 442만여 명이 몰렸고 한 증권사에 최대 213만 명이 청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청약 열기가 정점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공모주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관들이 수요 예측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공모가도 줄줄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무선 주파수(RF) 솔루션 전문 기업인 센서뷰는 7월 초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 1673 대 1을 기록했다. 수요 예측의 흥행으로 공모가를 희망 가격(2900~3600원)의 하단보다 55% 높은 4500원에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총은 752억~933억원에서 1167억원으로 뛰었다. 공모 금액도 113억~140억원에서 176억원으로 30억원 이상 공모 자금이 늘었다. 웹툰 제작사 와이랩도 수요 예측 경쟁률 1822 대 1로 희망 가격(7000~8000원)의 하단보다 약 30% 높은 9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 첫날 수익률 300%를 달성할 수 있는 ‘따따블’ 공모주가 나올지 관심이다. 공모가가 높아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가격 제한 폭까지 주가가 오른다면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 투자금 대비 받을 수 있는 공모주가 줄어 전체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가족 명의의 계좌를 동원하는 ‘문어발식’ 청약자들이 많아지면 균등 배정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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