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수해…추경 변수되나

반기웅 기자 2023. 7. 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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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가 확산되면서 피해 복구를 위한 ‘수해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간 민생 추경을 주장해온 야당은 수해 복구를 위한 추경이 필요하다며 하반기 추경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부는 ‘추경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해 규모가 늘어나는 데다 폭우가 장기화되고 있어 추경 불가론에 균열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2년 태풍 루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4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대응했다. 2003년 태풍 매미와 2006년 태풍 에위니아 강타 때도 각각 3조원과 2조2000억원의 추경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를 보면 지난 10일부터 내린 폭우로 이날 오전까지 주택 274채가 침수되고 46채가 파손됐다. 일시 대피한 사람은 전국 8062가구 1만2777명으로 집계됐다.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은 각각 912건, 574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하천 제방과 도로의 파손·유실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침수와 낙과 유실 등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농지 면적은 3만164.7㏊에 달한다. 축구장(0.714㏊) 약 4만3000개를 합친 규모다. 닭과 돼지 등 가축은 모두 69만4000마리 폐사했다. 정부·지자체의 수해 집계가 끝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수해 복구에 필요한 재원이다. 정부는 각 부처의 재난대책비(3790억원)에 더해 예비비까지 투입해 수해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뚜렷한 용도를 두지 않고 편성한 예산을 뜻한다. 수해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소요되는 재정 규모가 커지는 만큼 예비비까지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예비비 규모는 재해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2조8000억원과 사용처 제한이 없는 일반 예비비 1조8000억원 등 총 4조6000억원이다.

호우 특보가 발효된 17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한 농경지 앞에서 마을 주민이 침수된 농경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남아 있는 예비비로 수해 복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피해 지원을 위해선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수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커져서 추경 편성 필요성이 더욱더 분명해졌다”며 “하반기 경제 상황과 원활한 수해 복구를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폭우 이전에도 ‘3폭’(폭염·폭우·물가폭등)을 내세워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거듭 추경에 선을 그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보조금 예산을 재난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수해 추경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당도 추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경에 대해서 정부가 동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도 같은 입장이다”라며 추경 편성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우와 8·9월 태풍으로 인한 추가 피해 가능성을 감안하면 추경 불씨가 완전히 죽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올해는 7년만에 찾아온 ‘슈퍼엘리뇨’로 여느때보다 강한 태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초기 부실대응에 대한 강한 비판 여론도 향후 당정의 복구비용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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