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64분, 133분 '지연 또 지연'…물폭탄에 기차역서 발 묶인 승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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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매표창구를 찾은 정한수씨(85)는 표를 사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사업장에 가야 하는데 구미역으로 향하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
미국에 살며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수지씨는 "오전 10시 경북 경주시로 가는 KTX 기차를 예매했는데 취소돼 당장 숙소를 어디로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며 "다행히 창구에 가니 1시간 뒤 출발하는 걸로 (표를) 바꿔줬다. 아예 못 가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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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없어요? 내일도 안 다녀요? 언제 다시 돼요?"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매표창구를 찾은 정한수씨(85)는 표를 사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사업장에 가야 하는데 구미역으로 향하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
정씨는 "고속철도(KTX)밖에 예매가 안 된다고 하는데 KTX는 구미·김천역만 경유한다"며 "구미·김천역은 경북 김천시에 있어서 사업장과 거리가 멀다. 언제 다시 운행하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기다려보려 한다"고 했다.
집중 호우로 전국 각지에서 비 피해가 속출하면서 기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17일 오후 4시를 기해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부 일반 열차에 대한 운행을 다시 중단했다. 며칠간 이어진 폭우로 선로변 토사 유실이 발견되는 등 선로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TX 등 고속 열차를 이용한 승객들도 열차가 지연 운행되자 발을 동동 굴렀다. 미팅이 있어 서울을 찾았다는 직장인 서모씨는 "오전 10시30분에 미팅이 있었는데 도착 시간이 25분 정도 늦어졌다. 약속 장소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어 빨리 가야한다"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서씨가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46분이었다.
여행을 떠나는 승객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미국에 살며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는 이수지씨는 "오전 10시 경북 경주시로 가는 KTX 기차를 예매했는데 취소돼 당장 숙소를 어디로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며 "다행히 창구에 가니 1시간 뒤 출발하는 걸로 (표를) 바꿔줬다. 아예 못 가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매표창구에서는 열차 지연에 대한 안내가 한창이었다. 창구원들은 표를 끊는 승객들에게 "비가 많이 내린 건 자연재해라 지연돼도 따로 보상받으실 수 없다"며 "비 때문에 모든 열차가 서행하니 염두에 두시라"고 반복해 말했다.
용산역 상황도 비슷했다. 대합실에는 "전국적인 폭우로 인해 KTX를 제외한 일반 열차는 운행이 중지됐으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리겠다"는 안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열차 도착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지연'이라는 글자 밑으로 164분, 133분, 100분 등의 숫자가 나열됐다.
조유리씨는 전주까지 가는 걸로 예매한 열차의 종착역이 갑작스레 익산역으로 변경됐다. 조씨는 "원래 타려던 기차가 연착됐는데 또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며 "전주에 있는 집에 가려는데 익산에 내려 시외버스를 타야 할지 계속 기다려 보는 게 맞는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이모씨는 미팅을 위해 충북 청주시 오송역에 가는데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가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씨는 "예상치 못하게 돌아오는 기차가 취소돼 어떻게 돌아올지 아직 모르겠다"며 "원래 예매한 시간보다 빨리 출발하는 표가 있어서 그걸 사려는데 회의가 기차 출발 전에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일반철도 노선을 경유하는 경부·경전·호남·전라선 KTX의 운행 구간을 단축해 고속철도 노선만 운행했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오는 19일 새벽까지 최대 350㎜ 이상 집중호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토사 유입이나 산사태 등 피해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열차가 정상 운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영동과 충북선의 경우 노반 유실로 인해 최소 30일에서 60일의 복구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백·경북·중부내륙선 전 구간과 경전선(광주 송정~순천) 노선은 낙석 등으로 최소 일주일 이상 조치가 필요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비 예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운행이 정상화되는 건)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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