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에 점 있네"…슬리퍼 신으니 보이는 '검은 점', 혹시 암?

박정렬 기자 2023. 7.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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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자외선은 피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강한 햇빛에 오래, 자주 노출될수록 암 위험은 덩달아 커진다. 하지만 피부암 중 가장 전이가 잘되고 독한 '악성 흑색종'은 손바닥·발바닥처럼 햇빛이 잘 닿지 않는 신체 말단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서양인이 햇빛에 노출된 얼굴이나 팔·다리 부위에 암이 잘 생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암처럼 피부암 역시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평소 양말과 신발, 옷 등에 가려진 악성 흑색종을 발견할 '적기'가 어쩌면 여름일 수 있다.


우리나라 3대 주요 피부암은 기저 세포암, 편평 세포암, 악성 흑색종이 꼽힌다. 이 순서대로 환자가 많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0년 피부암으로 새롭게 진단된 환자는 7089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25배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80대 이상(32.4%), 70대(28.6%), 60대(19.4%)의 순으로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가장 흔한 기저 세포암은 피부(표피)의 최하층인 기저층이나 모낭 등을 구성하는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암이다. 최근 50세 이하에서도 발병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기저세포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는 자외선 노출"이라며 "방사선 치료, 면역 이상, 유전병 등도 기저세포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편평 세포암은 표피의 바깥쪽인 각질형성세포에서 유래하는 암이다.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며 대부분 광선각화증(햇빛으로 인한 피부 변형)이나 보웬병처럼 암으로 악화하기 쉬운 전암병변에서 암으로 발전한다. 기저세포암과 마찬가지로 자외선 노출과 방사선 노출 등이 위험 요소로 지목되며 면역 문제와도 연관돼 장기 이식 환자,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나 흡연, 화상과 같은 만성적인 피부 손상이 있을 때 발병 위험이 커진다.

악성 흑색종은 색소를 생성하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주로 60대 이상 고령에서 많이 발병하고 40대 미만은 환자가 드물다. 멜라닌 세포는 눈동자, 머리카락, 피부 등 인체의 '색'을 결정한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외모가 다른 건 멜라닌 세포의 구성 등이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비롯되는 악성 흑색종 역시 동서양에서 발병 요인이 각각 다르다. 서양인은 자외선 노출과 유전적 요인, 거대 선천성 모반이 중요 위험 인자로 지목되지만, 한국인의 경우 자외선보다 압력·마찰 등이 암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 및 도움말=인천성모병원


악성 흑색종을 뺀 나머지 기저·편평 세포암은 모두 '얼굴'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기저 세포암은 코, 이마, 눈꺼풀 등 중앙부에 흔하고 편평 세포암은 입술, 뺨 등에 잘 생긴다. 기저 세포암은 통증이나 가려움 등의 증상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검은색이나 흑갈색 점(색소 기저 세포암)처럼 보이는데 상아색의 흉터(경화 기저 세포암)나 궤양(결절 기저 세포암) 쥐젖(섬유 상피종)처럼 종류에 따라 제각각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피부가 볼록하게 나오면서 단단해지는 결절 또는 궤양이 발생하면 편평 세포암을 의심해야 한다. 악성 흑색종 역시 아프거나 가렵지 않고 검은 점처럼 보이는 데 △주변 피부와 경계가 모호하고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궤양, 출혈 등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 이때는 조직검사를 통해 암을 확진한다.

피부암은 육안이나 확대경(더모스코피)을 이용해 모양을 파악한 후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치료는 주로 외과 수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데, 특히 일차적으로 암을 포함한 주변 부위를 제거한 후 종양 경계 부위를 검사해 남은 암의 뿌리를 끝까지 추적해 제거하는 모즈 미세도식 수술(모즈 수술)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미용적, 기능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전이가 잘 되고 독한 악성 흑색종 역시 1차 치료는 외과 수술로, 보통 비흑색종 피부암보다 더 넓은 범위를 제거한다. 종양이 1㎜ 두께로 피부를 깊게 침범했다면 전이 가능성을 고려해 주위 림프샘을 함께 떼어낸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진행된 악성 흑색종에 키트루다, 옵디보, 여보이 등 면역항암제나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표적항암제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김 교수는 "피부암의 예방을 위해 몸에 있는 점이나 손발톱의 흑색선, 얼굴의 결절이 크기와 색, 모양이 변한다면 조기에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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