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탓에 中기업만 더 이익"… 바이든에 반기든 美 반도체

세계 최대 시장 배제 역효과
인텔·엔비디아 등 강화 반대
中 AMEC, 상반기 이익 두 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모습. 삼성전자 제공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를 조만간 더 강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들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이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 퀄컴, 엔비디아 주요 임원들은 이날 미국 백악관의 주요 관리들과 회동해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여파를 논의했다. 회의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이들 기업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새롭게 가할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같은해 10월에는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주요 장비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규제들이 오히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서의 미국 기업 배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같은 날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반도체 기업 협회다.

협회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 조치를 반복하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공급망이 붕괴되고, 시장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중국의 보복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 5월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제품이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며 중국 내 관련 제품 구매를 중지시켰다. 또 최근에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로 미국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발표하는 것이 시장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협회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중 규제 조치가 오히려 중국 업체들에게 반사이익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첨단 장비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오히려 매출과 이익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베이팡화창과 AMEC의 올해 상반기 이익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국 장비를 쓰지 못하면서 오히려 중국 장비의 시장점유율이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