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크기에 힘은 장사…차박 캠핑의 끝판왕
여름날 강화도 캠핑장의 밤은 무서웠다. 평일 2박3일 캠핑을 떠난 것은 주말 캠핑장에 대한 기억이 썩 좋지 않아서다. 붐비는 샤워장, 자정이 넘도록 떠들썩하게 술자리가 이어지는 이웃 텐트, 아침 6시에 눈을 뜬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조기 기상한 탓에 하루 종일 몸이 무거웠던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평일 캠핑장이 이렇게 무섭도록 조용할 줄은 몰랐다. 70곳이 넘는 사이트가 있는 캠핑장이었지만 이용자는 우리 가족뿐이었다. 강화도 산골짜기에서 아빠, 엄마, 딸 둘(9·7세)이 2박3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번 캠핑은 우리 가족의 첫 차박 캠핑이었다. 우리의 선택은 서버번(Suburban)과 더불어 쉐보레의 대표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타호(Tahoe) 하이컨트리'. 도착 후 2·3열 의자를 눕히고 퀸사이즈 매트리스를 설치하자 아늑한 침실이 마련됐다. 버튼 한번에 90도로 의자가 접히는 기능 덕분에 수면 공간을 마련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야생의 밤은 으스스했다. 캠핑 사이트에서 샤워장까지 거리는 100m 남짓. 오가는 길에 불빛 하나 없어 랜턴에 의지해 온 가족이 손을 잡고 다녔다. 모닥불을 끄자 야생의 진정한 밤이 시작됐다.
어디선가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자 야외 개수대 옆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들짐승이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진 것이다. 다른 짐승들이 주변을 배회하는 소리도 들렸다. 순간 우리 가족이 텐트가 아닌 타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타호는 근육질 남성을 떠올리게 하는 차다. 전장 5350㎜, 전폭 2060㎜, 전고(높이) 1925㎜의 육중한 덩치를 자랑한다. 실내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앞·뒷바퀴 중심 간 거리(축간거리) 또한 3071㎜로 압도적이다. 또 초대형 SUV답게 6.2ℓ 8기통의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최고 출력은 426hp로, 맹수와 맞붙더라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선 타호 뒤에 카라반을 달고 캠핑을 떠나는 모습을 곧잘 볼 수 있는데, 실제 타호의 견인 능력은 1t을 웃돈다. 8기통 엔진은 탱크처럼 커다란 덩치를 경차인 양 가볍게 끌어줘 대형 세단을 탄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에 놀라게 된다.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돼 주행 속도에 따라 차고를 알아서 조정해주는 점도 타호가 형제 차량으로 비교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승차감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로 작용한다.
실내 공간은 퀸사이즈 매트리스 하나가 딱 들어가는 사이즈다. 전장이 워낙 긴 탓에 2·3열에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나서도 앞 1열과 사이 공간이 여유 있게 남아 차 안팎을 들고 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다만 퀸사이즈 매트리스에서 4인 가족이 잠을 자기에는 다소 좁다. 우리 가족은 4명이 각각 머리, 다리, 머리, 다리가 교차하도록 눕는 방식으로 잠을 잤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3인 가구라면 넉넉하게 취침할 수 있다.
워낙 차고가 높은 탓에 여성과 어린아이가 승하차할 때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문을 여는 순간 사라졌다. 전동식 사이드스텝이 자동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유용한 엔터테인먼트 장비도 잘 갖춰져 있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장착된 리어 모니터가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 덕분에 아이들과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생기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에서 듣는 오디오 사운드도 꽤 훌륭하다. 캠핑을 즐기는 가족을 위한 장점을 두루 갖춘 SUV다. 가격은 9390만원에서 시작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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