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짜리 공공건물에 ‘빗물 줄줄’…집중 호우가 드러낸 부실공사
‘70억’ 광산구 보건소 등 누수현상 확인돼
광주문학관은 마무리 공사 중 우수관 역류
공공시설 측 “예상치 못한 폭우 탓” 항변
전문가들 “신축건물 누수는 설계상 하자”
수백억원이 투입돼 신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한 광주지역 공공건물들이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천장 곳곳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가 하면 바닥에 물이 고이면서 개관을 연기하거나 문을 연 지 얼마되지도 않아 보수 공사에 나서는 황당한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중 호우로 인해 드러난 부실 공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무등경기장 야구장 내 지하주차장에서는 최근 누수 현상이 확인됐다. 무등경기장 야구장은 2020년부터 3년간 489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달 19일 재개장했다. 지하주차장 바닥은 곳곳에 물이 고이는가 하면 기둥과 벽면에는 이슬이 맺히고 있다. 광주시는 집중호우로 인해 인근에 있는 광주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문제로 추정했다. 지하주차장은 정확한 원인을 진단해 보수한 후 개방할 방침이다.
70억원을 투입해 지난 5월 개소한 광산구 보건소도 지난달 장마 시작 이후 옥상에서 빗물이 새거나 출입문을 통해 빗물이 흘러드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광산구는 최근 옥상 계단실과 벽면 등에 다시 방수 처리를 했지만 폭우가 내리자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한국철도공사가 370억여원을 들여 지난 5월 개장한 광주송정역 주차타워도 비만 오면 내부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물웅덩이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빗물이 철골 구조의 이음매 부분을 타고 내려오면서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관을 앞두고 누수가 발견된 공공건물도 있다. 광주시가 170억원을 들여 북구 각화동 시화문화마을에 건립 중인 광주문학관은 올해 9월쯤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실내장식 공사를 하던 지난 11일 하자가 확인됐다. 당시 2층에 설치돼 있던 우수관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폭우를 버티지 못하고 역류했다. 빗물이 천장 석고보드와 바닥 타일 등에 스며들어 한 달여가량의 보수 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26억원이 투입된 광주 서구 서빛마루센터 도서관은 누수가 확인돼 개관을 연기했다. 당초 지난달 28일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천장 곳곳에서 물이 새고 얼룩이 확인되면서 이달 11일에서야 문을 열게 됐다.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인 공공시설 측은 대부분 “한꺼번에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문제”라고 항변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광주지역 누적 강수량은 909.4㎜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평년 강수량 362㎜의 2.5배에 해당한다. 이 기간에 광주지역에는 시간당 10~70㎜ 비가 20일간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축 건물에서의 누수 등 문제는 기후 변화 탓이 아닌 집중 호우로 드러난 부실 공사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춘화 건축사는 “신축 건물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은 설계상 하자가 있거나 현장에서의 감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부실공사이자 이를 방치한 시스템의 문제일 뿐”이라며 “보수하는 것으로 부실 공사의 책임을 눈감아 주거나 기후 변화에 따른 문제로 치부한다면 언제든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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