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돌잔치 치른 엄마의 1년 육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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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주말,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후배의 돌잔치가 있었다.
쌍둥이의 돌잔치가 열리는 곳으로 가자 입구에선 표를 나눠주며 돌잡이에서 아이들이 잡을 만한 것을 골라 넣으라고 한다.
쌍둥이를 키우는 후배도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큼 돈이 많이 들거나 키우기 힘들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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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주말,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후배의 돌잔치가 있었다. 사회적 통념상 마흔이라는 좀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3년 만에 돌잔치를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출산 적령기를 넘긴 나이다 보니, 결혼 1년 만에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정말 운 좋게도 단번에 성공해 쌍둥이를 낳았다. 그것도 아들, 딸 남매로다가~ 누구보다 축하하는 마음과 더불어 든든한 축의금을 들고 돌잔치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지역에서는 돌잔치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어서 그런가, 저출산 우려와는 달리 열 개 가까운 홀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쌍둥이의 돌잔치가 열리는 곳으로 가자 입구에선 표를 나눠주며 돌잡이에서 아이들이 잡을 만한 것을 골라 넣으라고 한다. 둘러보니 내가 기억하는 돌잡이 아이템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와우… 블랙핑크나 BTS를 능가하는 K-팝 스타가 되라는 마이크에 오픈런을 해야 겨우 구할 수 있다는 명품백, 조물주보다 한 수 위라는 건물까지! 과연 쌍둥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까?
‘자기 먹을 밥그릇은 갖고 태어난다.’ 이건 그야말로 옛날 말이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요인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인 부담일 만큼 출산은 곧 여러모로 힘듦을 의미하곤 한다. 그래도 내가 아이를 낳은 2012년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쌍둥이를 키우는 후배도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큼 돈이 많이 들거나 키우기 힘들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
먼저 후배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으로 부담 없이 인공수정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달부터 서울시에서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난임부부들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 시술비 지원을 한다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후배는 이 밖에도 출산 이후, 정부 지원 육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해 쌍둥이 육아는 물론 쌍둥이에 관계된 집안일까지 일손을 덜 수 있었다. 도우미 이모님을 잘 만나 갈등 없이 육아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듣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어서 본인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쌍둥이라 기저귀도, 분유도, 장난감도, 병원비 등도 두 배로 들어가지만 출산지원금과 첫만남이용권, 영아수당, 전기요금 할인 등 다양한 지원금으로 외벌이에도 불구하고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있다. 후배가 요즘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건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장난감 대여다.
아이들이 워낙 쑥쑥 자라기도 하고 싫증도 빨리 내는 터라, 일일이 그것도 두 개씩 구입하려면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인근의 장난감 대여점을 이용하면 월령에 맞는 장난감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것이다. 후배는 알뜰하게 백일상도 무료로 대여해 치렀다고 한다.
쌍둥이를 1년 동안 무탈하게 키워냈으니 임신 전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후배도 슬슬 바깥 공기를 쐬고 싶은가 보다. 일할 때는 ‘얼른 때려 치워야지…’ 싶다가도 쉬다 보면 하고 싶어지는 게 일이다. 엄마로서의 존재감과 육아에서 느끼는 기쁨도 좋지만 일을 통해서 느끼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일했던 터라, 돌아갈 곳이 보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후배는 지금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비교적 재택근무가 가능하면서도 여유로운 일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편, 후배의 남편은 현재 엄마의 빈자리를 메우는 연습이 한창이다. IT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해 엄마가 없을 때 쌍둥이의 육아를 함께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정부 및 지자체는 다방면으로 해결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단박에 저출산이라는 엄청난 문제를 해결할 만한 묘책이 나오긴 힘들겠지만 출산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기꺼이 새 생명을 이 땅에 탄생시키고 책임을 다하려는 이들을 위해 정책이 하나둘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반색할 만한 일이다. 쌍둥이 돌잔치를 마친 후배는 말한다.
“언니, 나는 쌍둥이 낳아서 정말 행복해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nan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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