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직면한 튀르키예, 투자 유치 위해 중동 순방

김성식 기자 2023. 7. 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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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직면한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투자 유치를 위해 중동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고위 관리는 AFP에 "튀르키예가 비서방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원하고 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 여러 MOU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중동 순방에는 튀르키예 기업인 100명이 동행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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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빈살만과 드론 수출계약 체결…셔틀외교 복원으로 양국관계 정상화
통화 약세·만성 인플레 시달리자…기업인 100명과 걸프국 상대로 세일즈 나서
중동 3개국 순방에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제다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7.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경제난에 직면한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투자 유치를 위해 중동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재선 이후 첫 해외 방문에 나선 에르도안 대통령은 2박 3일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차례로 돌며 방위산업과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첫 순방지인 사우디에 도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출국을 앞두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걸프국과의 투자 및 교역이 이번 순방의 주요 의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걸프국과의 무역규모가 지난 20년 동안 16억달러에서 220억달러로 증가했다"며 "앞으로 개최될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관련 수치를 더 끌어올릴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튀르키예가 중동 국가로부터 2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제다에서 열린 사우디-튀르키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이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나 튀르키예 방산업체 바이카르의 무인기(드론)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외에도 에너지, 외국인직접투자(FDI), 국방 등에서 협력 방안을 담은 다수의 MOU에 서명했다.

칼리드 빈살만 사우디 국방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군대의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무기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바이카르와 드론 구매 계약 2건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고위 관리는 AFP에 "튀르키예가 비서방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원하고 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 여러 MOU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UAE 등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이집트 민주화시위(아랍의봄)에서 정권교체를 이끌어 내 중동 군주국들의 견제 대상이 됐다.

여기에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튀르키예는 사건을 적극 수사하는 한편 외신에 살해 전모를 상세하게 브리핑해 사우디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빈살만 왕세자가 같은 해 6월 튀르키예를 답방하면서 양국 셔틀외교는 완전히 복원됐다. 지난 3월에는 사우디가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50억달러를 예치해 리라화 강화에 힘을 실어줬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처럼 사우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한 것은 그만큼 자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80%를 넘던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38%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국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데다 지난 2월 대지진까지 겹쳐 올해 튀르키예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4%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살인적인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8.5%에서 15%로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정 충당을 목적으로 유류세를 200% 이상 인상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등 내부 경제 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정부는 그간 낮은 금리를 고수하면서 서방 투자자들의 외면을 샀던 터라 인접한 걸프국들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중동 순방에는 튀르키예 기업인 100명이 동행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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