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살해 땐 '최대 사형' 처벌강화…국회의원 20만원씩 수해 의연금
영아 살해·유기범의 형량을 일반 살인·유기죄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영아살해처벌강화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영아 살해·유기죄 관련 형량이 높아진 것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만이다.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처리됐다.
또 국회는 최근 폭우로 수해를 입은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 6000만 규모의 의연금을 국회의원들로부터 갹출하기로 했다.
국회는 18일 본회의를 열고 영아살해처벌강화법을 재석 260인 중 찬성 252표, 기권 8표로 가결시켰다.
현행 형법에서 일반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반면 영아 살해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량이 낮게 규정돼 있다. 영아유기죄 역시 2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일반·존속유기죄보다 형량이 가벼웠다.
개정안은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유기하는 경우에도 형법상 일반 살인·유기죄가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아 살해도 일반 살인죄가 적용돼 같은 수준으로 처벌받게 되면 해당 범죄자를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에는 부모가 양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영아를 살해·유기한 경우 그 사정을 참작해 일반 살해·유기보다 가볍게 처벌해야 한다고 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동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존 형법 때문에 영아 살해·유기 범죄가 계속돼 왔다는 문제의식이 강해졌다.
특히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등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과정에서 지난 2015년~2022년 출생한 아동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123명에 달한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아동 살해·유기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복지부 전수조사 결과, 현재까지 해당 아동 중 249명(12%)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와 서경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재석 265인 중 찬성 243표, 반대 15표, 기권 7표로 통과됐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재석 265인 중 찬성 215표, 반대 35표, 기권 15표로 가결됐다.
지난달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는 7월 퇴임을 앞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으로 두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청특위)는 지난 11일과 12일 권 후보자와 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인청특위는 당초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두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연기했다.
이후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논의한 끝에 서 후보자 건만 큰 이견 없이 채택했다. 권 후보자의 경우 앞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직 당시 법무법인에 의견서 작성을 대가로 고액의 소득을 벌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야당에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권 후보자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인청특위는 권 후보자에게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뒤 이날 재논의를 거쳐 부적격 의견을 남기는 조건으로 임명동의안을 채택했다.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난 권 후보자는 대건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1993년 35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서울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등을 거친 뒤 2006년 서울대 법대 교수가 됐다. 권 후보자는 국내 민사법학계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식재산권법, 개인정보보호법, 국제거래법 등에도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 서울 출생인 서 후보자는 건대부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5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전주지법,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서 후보자는 2015년 광주고법에서 세월호 사건 2심 재판을 맡아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양형 사유를 설명할 때 울먹였던 서 후보자는 이후 '세월호 판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국회는 김진표 국회의장 제안으로 수해 의연금 출연의 건을 처리했다. 수해를 입은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총 6100만여원 규모의 의연금을 국회의원들로부터 갹출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7월 수당 중 3% 상당에 상당하는 금액을 피해 복구 지원금으로 내게 된다. 1인당 약 20만원으로, 국무의원을 겸하는 의원 3명을 제외한 296명이 대상이다.
김 의장은 "수해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피해 복구와 예방, 이재민 구호 대책 수립에 특단의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기후변화로 해마다 이번 재난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각 상임위원회는 이번 재난의 원인과 관리책임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재해 예방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업그레이드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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