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럽거나 혐오스러운 욕망도 예술로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7. 18. 15:45
지갤러리, 30대 작가 그룹전
듀킴·우한나·오가영 3人
각자 조형언어 또렷하고
다양한 물성 매체실험 공통
듀킴·우한나·오가영 3人
각자 조형언어 또렷하고
다양한 물성 매체실험 공통
공기를 타고 하늘거리는 천에는 초록 잎에 둘러싸인 거대한 달팽이가 찍혀 있다. 덧대어진 투명한 천에는 또 다른 달팽이 패턴 천이 둥글게 오려져 덕지덕지 장식처럼 붙어있다. 자기 집을 이고 다니고 때때로 그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기도 하는 이 연체동물에서 작가는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본인 모습을 발견했다. 오가영(31)의 설치작품 ‘Morning Park Snail’(2023)이다.
자기만의 조형 언어가 뚜렷하고 국내외 활동이 활발한 30대 작가 3명의 그룹전 ‘오토힙노시스(자기최면)’가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8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프리즈 서울의 첫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인 우한나(35)와 성적인 욕망과 종교의 상관관계를 거침없이 표현해온 듀킴(38)이 함께 했다.
한번 갸우뚱하고 보게 되는 전시 제목 ‘오토힙노시스’란 자기방어적 기제로 작가들이 내면의 욕망을 주문을 거는 행위로 표현하며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특히 마법의 투명 망토를 두르듯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예술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각자 발휘하게끔 하는 것이 전시 기획 의도란다.
오가영은 사진을 찍은 후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왜곡, 후보정하는 실험으로 작업해 왔다. 기존에 유리나 종이, 나무 경첩 등 액자 지지체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실크나 면 등 다양한 직물에 인화하고 실로 꿰매서 붙이는 콜라주 형식이다. 캔버스 프레임을 제거해 인화된 직물이 날것처럼 드러나면서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작가가 한국과 독일, 미국 등 낯선 도시에 이방인으로서 적응하며 발견한 자연 생태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가영은 “작품에 투명하거나 빈 공간을 남겨서 ‘선택하지 않은 어떤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한나는 ‘마마’(2023)에서 뼛조각 위에 갈기갈기 찢긴 살을 심장과 내장이 주렁주렁 매달린 설치로 선보이고, 우주적 빛을 뿜는 알 형태의 오브제와 대화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우한나는 “미래의 가능성이나 이상적인 세계를 빛나는 알 형태로 표현하고, 찢긴 모습의 확대된 모성을 희생하면서도 지키려 노력하는 형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새로 선보인 작품은 작가 작업에 필수적인 바늘이 거대하고 구불구불 휘어진 알루미늄 캐스트로 바닥에 널브러져 시선을 끈다. 작가에게 본인의 작업은 항상 곡선으로 인식되기에 그리 표현했다고 한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직물을 애용하던 작가가 앞으로 변신을 예고하는 듯 싶다.
듀킴은 가학적 행위를 가하는 신체를 물리적 개체로 인식하고 인간의 살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라텍스와 레진을 집게 등 성적인 도구를 부속처럼 쓰면서 차갑고 단단한 철 구조와 결합해 장식품처럼 표현했다. 날렵하고 견고한 디자인 구조부터 눈에 들어오지만, 종교적 경계와 금기를 넘나드는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한다. 라텍스 천을 덮은 것처럼 설치된 작품이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공기를 빼내면 마치 웅크린 인체의 뒷모습이 드러나는 듯 변신하는 작품도 흥미롭다. 전시작들은 대체로 화려하고 밝은 색깔 이미지와 조각, 부드러운 구조의 외양이지만 공통적으로 가학적인 면모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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