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가려진 野 내홍…친낙계, 김은경 낙마 벼르나
혁신위 “일부 세력이 ‘편 가르기’ 프레임으로 ‘이재명 비판’ 종용”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폭우 재난' 앞에 더불어민주당 내 정쟁도 일시적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만 그 이면에는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비명(비이재명)계의 강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 혁신위가 이 같은 반발을 특정 세력의 '편가르기' 프레임으로 간주,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폭우 재난이 수습되면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다시 발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非明 "혁신위, 이재명엔 침묵하면서 '선택적 경고'…재정비해야"
18일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예정됐던 친명·비명 중진의원 간의 사적 회동을 취소했다. 참석이 예정됐던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당초 이 대표와 중진 의원끼리 17일 회동이 예정돼있었는데 폭우로 약속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당내 현안 논의보다 재난 수습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19일 회동에서도 당내 현안 대신 재난 수습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등을 주 화두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 앞에 민주당 내 표면적인 계파싸움은 중단된 모양새지만, 혁신위를 둘러싼 비명계의 불만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친낙(친이낙연)계 중진인 설훈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에게 "민주당의 정체성부터 공부하라"며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한다"며 행보 의도를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설 의원은 혁신위 전체를 향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혁신위가 출범한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참신한 혁신 의제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옐로 카드' 뿐"이라며 "쓴 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정인을 지목해 모욕적인 언사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혁신이라면 김은경 혁신위는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특정' 비명계 인사들에게만 경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혁신위의 태도가 매우 답답하다"며 "최근 '분당 시사' 발언을 한 이상민 민주당 의원에게 곧바로 경고를 날린 민주당 지도부나 혁신위나 '선택적 경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지도부와 혁신위의 행보는 본인들이 허약하다는 증표"라고 지적했다.
親明 "친낙계 과잉 반응"…폭우 수습 후 '내홍 재발화' 가능성도
혁신위도 이 같은 당내 불만을 감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혁신위는 이 전 대표 측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김은경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터뷰 내용을) 복기해보면 '이 전 대표는 원로이신데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정치적인 언행을 하실 것 같지 않다. 결국 그 분은 오히려 당을 통합하는데 역할을 하실 걸로 기대한다'고 했는데 앞뒤 자르고 연결하니까 저도 당혹스럽다"고 일축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저희는 이 전 대표께 당의 어른으로서의 통합적인 역할을 요청 드린 정도의 취지였다. 당의 분열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부분이니까 무의미한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원장님 입장에선 정책과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금 국민들 눈에는 너무 '계파 갈등' 이런 식으로 비춰지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위 일각에선 당내 특정 세력이 '편가르기'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혁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희는 당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꾸려진 것"이라며 "특정 개인에 대한 평가와 잘못을 따지는 방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누군가를 편드는 프레임으로 '이재명을 평가하라', '혁신위 활동을 제대로 해라'는 지적을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복경 민주당 혁신위원도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혁신위가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로 전락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당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저희는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혁신위가 이 대표의 거취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친낙계 인사들이 계파전쟁을 위해 일부러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지역구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는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이낙연 전 대표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다"며 "이번 달 초에도 이 전 대표는 5·18 민주묘역 참배 과정에서 '당이 미흡하다'며 이 대표와 지도부를 저격하는 발언을 했고, 친낙계도 일부러 '신뢰 회복'을 거론하며 훼방을 놓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내 갈등이 다시 발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혁신위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처럼 휘둘리면 계파갈등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혁신위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이고 조율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것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당에 공감할 수 있도록 변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혁신위나 당의 앞날은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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