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설·조사설 ‘난무’ 중국 외교장관, 23일째 두문불출

김서영 기자 2023. 7. 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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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상설 등 추측만 무성
SOC 정상회의도 배석 안 해
SNS에는 불륜 의혹 제기도
중국 정부가 지난달 2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23일째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며 그의 상황을 둘러싼 추측이 무성하다. 건강이상설, 불륜설 등이 대표적이다.

18일 외신을 종합하면, 친강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을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최근 존 케리 미 기후특사가 중국을 찾았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일 시진핑 국가 주석이 화상으로 참석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도 배석하지 않으면서 그의 부재를 둘러싸고 국제 사회의 관심이 커졌다.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인 설명을 삼가고 있다.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친 부장에 관한 질문에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나흘 뒤인 11일 브리핑에선 친 부장의 신체(건강) 원인을 거론하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친 부장 대신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왕 대변인은 이후 12일과 14일 정례 브리핑에선 친 부장에 관해 “이미 관련 상황을 설명했다”고 답했다.

이전까지 그가 공식 석상에서 부재했던 기간은 설 연휴를 포함한 8일이 최장이었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장기간 두문불출하며 친 부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10일 친 부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휴양 중이라며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통상 2주 정도면 회복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외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진다.

외신에서는 중병설, 조사설, 불륜설 등이 거론된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병에 걸렸거나, 과거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 문제로 조사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방송국 여성 아나운서와 불륜 관계를 이어오다 적발됐다는 설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초부터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친 부장의 불륜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공산당은 공식적으론 간부들의 혼외관계를 금지하며, 부패 혐의로 적발할 때 불륜 사건이 이용되는 경우가 있다.

온갖 설이 난무한만큼 17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친 부장을 둘러싼 질문이 쏟아졌지만,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의 외교 활동은 평소와 같이 진행되고 있다”며 친강 부장을 여전히 장관으로 등록한 외교부 웹사이트를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또한 친 부장의 불륜설 관련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친 부장은 지난해 12월30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의 후임으로 외교부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3월 양회에서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했다. 56세로 상대적으로 젊으며, 시진핑 주석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공세적인 전략을 펼치는 중국의 ‘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부재가 지속되는 한 의문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그의 부재에 관한 논의는 중국 SNS 웨이보에서 검열된 것으로 보인다. 웨이보에서 ‘친강은 어디에 있나’를 검색하면 ‘결과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그를 다룬 토론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고위 관리들의 갑작스런 부재는 때때로 정치적 힘의 상실이나 법적 조사 등의 경고 신호이지만, 경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평범한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이 주석이 되기 직전인 2012년 2주 가량 자취를 감췄다 복귀한 점을 언급했다.

저널리스트 필 커닝햄은 자신이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미·중 관계 관련 글에서 친강 부장을 언급한 다섯 단락이 예고 없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친강은 중국 뉴스 뿐만 아니라 내 기사에서도 빠졌다. 게재가 승인됐던 5개 문장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최근 외부필자 칼럼에서 “당분간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외교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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