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종료에 시장 출렁, 한 목소리로 러시아 비난
밀과 옥수수 가격 급등. 지난해같은 상승세는 어려워
식량위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식품 가격은 두고봐야
유엔, 서방, 일본 등 주요국에서 한 목소리로 러시아 비난
튀르키예는 러시아 복귀 가능성 열어둬. 우크라 "계속 수출하겠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1년 만에 다시 흑해를 틀어막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면서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 서방과 일본,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이기심으로 또다시 식량위기가 찾아왔다며 한 목소리로 러시아를 비난했다.
앞서 밀 시세는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해 3월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옥수수 가격 역시 같은해 4월에 기준으로 10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CNN은 이날 밀과 옥수수 시세가 치솟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고점대비 각각 54%, 37%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는 러시아의 침공 전인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옥수수 수출 4위, 밀 수출 5위 국가였다. 우크라는 매년 4500만t의 곡물을 수출했고 이 가운데 95%를 흑해 해운으로 처리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 침공과 동시에 흑해 연안의 우크라 항구를 봉쇄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가던 밀이 끊기면서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발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는 유엔과 우크라, 튀르키예는 협정을 맺어 지난해 7월부터 흑해를 통한 우크라의 식량 수출을 허가했으나 해당 협정은 러시아의 반대로 갱신되지 못하고 약 1년 만인 이달 17일 만료됐다.
미국의 다국적 구호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지난해 11월 발표에서 곡물 협정 결렬시 "기아 직전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IRC의 동아프리카지역 비상 책임자 샤슈왓 사라프는 "동아프리카 곡물의 약 80%가 러시아와 우크라에서 수출되고 있고 지금도 동아프리카 전역의 5000만명 이상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 올해 (현지) 식량 가격은 40% 가까이 급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여파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예상도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 수석 상품 이코노미스트는 CNN을 통해 "농산물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 소매 식품 가격이 분명히 오를 것이지만, 특히 선진국에서는 생각만큼 많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식품 가격에는 원자재인 밀의 가격뿐만 아니라 가공과 운송에 드는 에너지 비용도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올해 국제 유가는 중국 등의 수요 감소로 인해 안정적인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도 17일 영국 시장조사기관 옥스포드이코노믹스를 인용해 올해 공급망 긴장이 줄어들고 국제적으로 제조 및 생산 비용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미 금융서비스기업 스톤엑스의 앨런 수더맨 수석 상품 이코노미스트는 NYT를 통해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러시아가 아직 시장에 저렴한 밀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시장에 밀이 부족하지 않다"면서도 "긴장이 해법 없이 계속 자라난다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발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 곡물협정 탈퇴 결정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억명의 사람들이 기아에 직면해 있고 소비자들은 전 세계적인 생활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러시아의 결정 때문에 ”그들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대사는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타격을 가했다"면서 "이는 또 다른 잔혹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는 인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모든 회원국이 힘을 합쳐 러시아에 결정을 뒤집으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곡물협정 중단 결정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는 식량 부족을 악화하고 전 세계 수백만명의 취약계층을 한층 위험에 빠트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흑해곡물협정은 세계 식량 위기 해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에 대한 잔혹한 침공으로 이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커비는 동시에 러시아 및 우크라의 곡물이 다른 국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서방이 곡물협정으로 러시아 곡물 수출을 방해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도 17일 트위터를 통해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해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EU 차원에서 우크라의 농산물 수출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18일 흑해곡물협정 종료에 대해 "러시아의 이번 결정이 초래할 영향은 러시아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까지 흑해 곡물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유엔과 튀르키예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계속해서 유엔과 튀르키예의 대응을 주시하고 후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정을 중재했던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곡물협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오늘 발표에도 푸틴은 인도주의적 가교가 지속될 것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 역시 갱신을 거부하면서도 러시아의 요구사항이 이행되면 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우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발표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며 "아무도 어떠한 국가의 식량 안보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선박 소유 회사와 접촉이 있었다. 그들은 선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며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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