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美 국적이면 더 큰 문제”… 확산하는 中 친강 실종 논란

이귀전 2023. 7. 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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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아시아방송 “아나운서 불륜설보다 혼외자 미국 국적 취득 시 더 큰 문제”
SCMP 칼럼니스트 “칼럼에서 친강 부장 관련 내용 삭제 후 보도” 주장

20일 이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홍콩 매체가 친 부장 관련 내용을 삭제해 보도한 사실과 그의 혼외자 국적이 중국서 문제가 됐다는 추측 등이 새로 거론된다.

홍콩 유력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니스트 필립 커닝햄이 18일 트위터를 통해 지난 15일 SCMP에 기고한 칼럼에서 친강 부장 관련 내용이 삭제된 채 보도가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적의 커닝햄이 기고한 칼럼은 ‘만약 미국 관리들이 중국의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야 한다면, 그렇게 하라’는 제목으로 미국이 중국의 사소한 모욕도 견디고 대화에 적극 나서라는 내용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
그는 “친강이 사라졌고, 중국 뉴스뿐 아니라 내 글에서도 그가 사라졌다”며 “SCMP가 나에게 알리지 않고 친강에 대한 문장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삭제 부분은 “친 부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6월 25일 이후 종적을 감춘 것은 (중국 외교부 발표대로) 그가 아프거나 정치적으로 갑자기 입지를 잃었음을 보여준다”는 등의 내용이다. 친 부장이 미·중 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에도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에 전광판에서 ‘춘절(설) 메시지’를 보내고, 친선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도 함께 삭제됐다.

대만이나 서방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등에서 친 부장 문제를 다루는 가운데 SCMP에서도 내부 검열이 진행된 것이다. 중국의 홍콩 언론 통제로 빈과일보 등을 비롯한 반중매체는 강제로 문을 닫았다. SCMP는 중국 기업 알리바바가 2015년 인수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는 거의 사라졌다.

중국 본토에 있는 매체들은 체제 특성상 친 부장 부재와 관련된 내용은 보도를 못하고 있다. 외교부가 매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전날 기자회견 내용에도 행방이 묘연한 친 부장 관련 질의 응답은 삭제돼 있다.

중병설, 간첩 연루설, 불륜설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 친 부장의 부재 이유에 대해 여성 아나운서와의 불륜 관계에 이어 혼외자가 미국 국적을 가진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미국 의회가 운영 중인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나왔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불륜설이 도는 홍콩의 한 방송사 아나운서 푸샤오텐. 푸샤오텐 SNS 캡처
중국 공산당 징계 조례에 따르면 135조는 ‘직권, 친자관계, 종속관계 또는 이와 유사한 관계를 이용해 타인과 성관계를 맺은 자는 중히 처벌한다’, 138조는 ‘사회 도덕과 가정 미덕을 심각하게 위반한 기타 심각한 위반자는 특정 상황에 따라 당에서 제명될 수 있는 경고를 받을 수 있다’고 돼있다. 여기에 더해 ‘지도 간부의 개인 사항 보고에 관한 규정’을 보면 ‘지도 간부는 결혼, 배우자, 자녀의 국외(영토) 이주, 고용 등을 매년 1월 31일 이전에 보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녀는 모든 자녀를 포함하고, ’국외 이주’는 영주권, 외국국적 취득 등을 말한다.

아나운서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지난 4월 10일쯤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글을 트위터 등에 올렸다. 귀국 후 다른 글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의 트위터는 현재 계정이 일시 중지돼 게시글을 볼 수 없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선 글을 볼 수 있다.

매체는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가 2021년 11월 장가오리(張高麗) 전 부총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 후 장 전 부총리가 징계를 받지 않았던 일과 비교해 혼외자가 있고, 아이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이 친 부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전에 친 부장은 아이의 미국 출산 사실을 알았지만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친 부장의 문제는 ‘도덕적 부패’와 ‘부적절한 타인과의 성관계’라는 범주를 넘어 혼외자를 미국 시민권자로 만들려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친 부장은 강경하게 자국의 국익을 관철하는 이른바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외교부장으로 임명된 친 부장은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하는 등 56세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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