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수 LG엔솔 사장 “배터리 사업 키운 건 오너家의 뚝심 경영”
“배터리 사업, 20년 넘게 적자…오너 믿음에 사업 지속”
“오너의 욕심, 개인의 사리사욕으로만 그려져 안타까워”
배터리 산업 지원 요구도 이어져…“관련 예산 지원 필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 1992년 처음 배터리(이차전지) 개발을 시작해 20년 넘게 적자를 기록해왔던 사업을 꾸준히 끌고 올 수 있었던 건 LG가(家)의 기업가 정신 덕분입니다. LG뿐만 아니라 삼성·현대·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지금 배터리·반도체·자동차 사업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건 모두 오너가 긴 안목으로 투자하고 관련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사장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 모임’ 주최 ‘LG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확보와 오너 경영의 역할’ 세미나에서 오너 경영(지배주주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와 경영을 실천하고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강력한 주인의식을 갖춘 오너의 경영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세미나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을 대표로 하는 민주당 내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 주최로 열렸다. 이 모임은 국회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며 지난달엔 삼성전자·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오너 경영·규제혁신 방안 등을 각각 논의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엔 오너의 ‘뚝심 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1992년 미래 산업에 배터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면서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20여년간 적자만 기록했다. 그럼에도 사업이 유지된 것은 구 회장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2005년 배터리 사업은 적자만 2000억원에 이르는 애물단지였지만 구본무 회장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연구·개발(R&D)을 이어가라고 독려했다”며 “당시에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체제였다면 경영자가 해임됐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오너 경영이었기에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 회장은 배터리 사업 외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사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연구원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개인 돈으로 밥을 사주고 격려금도 주며 독려했다”며 “결국 디스플레이 사업이 성공하면서 현재 노광기를 제외한 모든 장비가 국산화했고 이로써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도 “G2 중심의 경쟁 체제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 공정이라는 두 글자에 파묻혀 기업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이러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며 “공정의 가치를 계승하되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최근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생산 시설 확대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해 터키,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에서 증설하고 있어 자금은 무한히 들어가고 있다”며 “시장은 보이는데 자금 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내 투자 기반 확충 △차세대 배터리 기술 초격차 확보 △사용 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 육성 △배터리 인재 양성 등에 정부와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투자 세액 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도 “투자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선 영업이익이 나야 하는데 대규모 투자를 하다 보니 영업손실을 보는 기업들도 있어 실효성이 반감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투자 세액 공제에 직접 환급이나 공제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국회가 관심을 두고 이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배터리 R&D 예산 지원과 리사이클링 통합 관리 체제 구축, 배터리 인력 양성을 위한 배터리 아카데미 지원에 관한 관심도 촉구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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