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전력소비 2.2배↑… `새 원전` 전력수급계획 만든다
전력소비 급등 대비 투자 확대
전력기금, 태양광 ↓ 전력망 ↑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새 원전 건설 논의를 본격화한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투자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강화 등으로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원전과 같은 안정적인 기저 전원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이호현 전력정책관 주재로 2023년 제4차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2024∼2038년 적용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추진 방향을 보고했다. 전기사업법을 바탕으로 정부는 2년마다 향후 15년에 걸쳐 적용될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전력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발전 및 송·변전 설비 계획 등의 내용이 담긴다.
산업부는 7월 말부터 제11차 전기본 워킹그룹을 운영해 최근 여건 변화에 따른 장기 전력수요를 과학적 방식을 동원해 정밀하게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성, 효율성, 탄소중립 등의 정책목표가 조화된 전원믹스를 도출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수소 등 무탄소전원을 보급해나가면서도 신규 원전 도입 등으로 비용효율적인 전원믹스를 구성하는 합리적인 전력 공급능력 확충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수급여건 변화에 맞춘 전력망 및 스토리지 구축방안, 전력시장 개편 방향 등도 포함한다.
11차 전기본 수립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포함 여부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을 보급해나가면서도 신규 원전 도입 등으로 비용 효율적인 전원 믹스(비중)를 구성하는 합리적 전력 공급 능력 확충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 논의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산업부는 신규 원전 도입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 방향이 정해진 단계가 아니라 과학적 수요 변화 예측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실무 그룹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첨단 전략산업 확대, 전기화 등의 신규 전력 수요를 반영해 공급력을 확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전 등도 고민을 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신규 원전 검토 필요성을 잇따라 공개 언급한 가운데 '비용 효율적인 전원 믹스'라는 방향성까지 이날 추가로 제시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앞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10일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 참석해 "원전, 수소 등으로 새 공급 여력을 확충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나올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간다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긴다.
정부는 11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신규 투자, 전기차 확산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지난 4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전환 부문 목표 400만t 상향 조정 등 급변하는 전력 수급 여건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예상 전력 수요인 10기가와트(GW)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한다.전 정부 때 공개된 '2050 NDC 시나리오' 상으로 2050년 전력 수요는 최대 1213.7테라와트시(TWh)로, 2022년 전력 소비량의 2.2배에 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공급 안정성, 수용 가능성, 효율성, 탄소중립 등 정책 원칙과 유연성 확보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원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을 지속해 보급하되, 현실적인 확산 속도를 고려해 기저 전원 확충 등 안정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력 체계상 기저 전원은 원전과 석탄 발전소가 주로 맡아왔다. 11차 전기본을 통해 원전 비중 확대 등 장기적 에너지 믹스 목표에 추가 변화가 있을지도 업계의 관심이 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월 확정된 10차 전기본(2022∼2036년)에서는 2036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원전 34.6% △석탄 14.4% △액화천연가스(LNG) 9.3% △신재생 30.6% △수소·암모니아 7.1% △기타 4.0%로 정했다.
이날 전력정책심의위 보고를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총괄분과위 등 전문가위원회가 구성돼 운영에 들어가면서 11차 전기본 수립 실무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후 전문가 논의를 통한 초안 마련,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관계 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제11차 전기본이 확정된다.
한편, 이날 심의회에서는 2024년 전력산업기반기금운용계획안도 심의·의결됐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에서 탈피, 전력망 구축 중심으로 투자를 전환하겠다는 게 요지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돈을 걷어 조성한다.
전력기금은 신재생에너지 등 특정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손질한다. 지난해 전력기금 결산 사업비 2조6854억4300만원 중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활성화'에만 1조3486억7000만원(50.2%)이 사용됐다. 사용처에는 신재생에너지발전차액지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융자), 녹색혁신금융(융자·출연) 등 태양광 발전 융자 사업도 포함됐다.산업부는 전력기금 운용을 전력망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전력기금이 신재생에너지 등 특정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원전생태계 강화, 취약계층 지원, 에너지신산업 연구개발(R&D) 등 기금의 목적에 맞게 운용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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