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그룹, 근거지 옮기나···벨라루스 속속 입국, ‘러 기지 폐쇄’ 주장도
바그너 그룹 연계 SNS 채널엔
러시아 남부에 위치한 본기지
‘그룹 휘장’ 내려진 영상 게재
지난달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인접국 벨라루스로 속속 입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에서 무장 세력의 움직임을 추적해온 활동가 그룹 ‘벨라루스키 하준’은 이날 러시아 국기와 바그너 그룹 휘장을 내건 호송 차량 100여대가 벨라루스 국경으로 진입해 벨라루스 정부가 제공한 캠프 쪽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행렬에는 대형 트럭과 건설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용병들을 태운 바그너 그룹 차량 60여대가 국경을 넘어 벨라루스로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벨라루스키 하준은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입국한 것은 지난주 이후 이번이 세 번째라고 설명했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달 23~24일 무장 반란 실패 후 약 3주 만에 거점을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은 이날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몰키노에 있는 바그너 그룹의 본기지에서 러시아 국기와 바그너 그룹 휘장이 내려진 영상을 올리며 오는 30일 이 기지가 전면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에 등장한 한 용병은 바그너 그룹이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거점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바그너 그룹은 이곳 외에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에서 기지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도 최근 바그너 그룹으로부터 무기 인도 절차를 거의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반란 하루 만인 지난달 24일 반란에 참여한 용병들에 대한 사면과 벨라루스행을 조건으로 러시아에서 병력을 철수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당시 합의를 중재했다.
이후 한동안 용병들의 행방이 묘연했으나, 벨라루스 국방부는 지난 14일 바그너 용병들이 수도 민스크에서 동남쪽으로 90㎞가량 떨어진 소도시 아시포비치 인근 군사 지역에서 벨라루스 장병들을 훈련시키고 있다며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다만 벨라루스 정부는 자국에 있는 바그너 병력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벨라루스 정치분석가인 발레리 카르발레비치는 “루카셴코는 아주 조심성 있는 정치인이고 바그너 그룹의 돌발 행동을 우려해 이들을 통제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벨라루스 안보당국은 이제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에서 어떤 자치권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검찰총장과 만나 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716162801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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