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넘어 '관재'(官災)가 부른 오송참사…책임 떠넘기기
청주시는 도에 위험 통보 안해…"억울하다" 입장만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23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책임 소재를 놓고 관계기관들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닌 사상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의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관재(官災)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궁평2지하차도는 누가 관리하나
참변이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리에 있다.
행정구역으로만 놓고 보면 충북도와 청주시를 관리 주체로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충북도가 관리한다. 도로법상 시 관할구역의 동(洞) 지역에 있는 일반국도와 지방도는 해당 지자체의 시장이, 이외는 도지사가 관리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오송읍은 동이 아닌 읍이기 때문에 궁평2지하차도는 충북도의 관리를 받는다.
관리청이 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면 △도로 관련 공사로 부득이한 경우 △도로 파손 및 그밖의 사유로 통행이 위험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진‧홍수‧폭설‧태풍 등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재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 도로에서 통행이 위험하거나 교통이 장시간 마비될 우려가 있는 경우여야 한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관리 지침을 보면 홍수경보가 내려지거나, 지하차도 내 중심부가 50㎝ 잠길 때, 미호천교 수위가 29.02m를 넘을 때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할 수 있다.
◇왜 통제하지 않았나
사고 직전 상황을 되짚어 보면 홍수경보는 이미 내려진 상태였고, 미호천교 수위도 통제 기준 수위를 넘겼다.
지하차도 내 중심부는 50㎝ 이상 잠기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충분히 위험한 수준이어서 선제적 통행금지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충북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미 청주시내와 오송읍을 잇는 도로 대부분이 침수로 통제된 상황에서 궁평2지하차도마저 통제하면 교통마비와 시민 불편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충북도의 설명이다.
여기에 도는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CCTV를 통해 지하차도 상황을 관리하는 직원이 심각성을 고려한 뒤 통제한다"고 했다.
이를 해석해 보면 "도로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교통 상황 등 여건을 고려해 통제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청주시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도로 관리 주체가 충북도여도 청주시는 관할 지자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을 보면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발생 4시간여 전 미호강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심지어 각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모두 볼 수 있는 재난통신망에 위험 사실을 전파했다.
청주시는 미호강 상황을 홍수통제소 측으로부터 받았다.
시 안전정책과와 하천과, 흥덕구청은 "도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시는 통제 권한이 충북도에 있기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시는 충북도에 금강홍수통제소의 경고를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후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으나 전달이 안 된 것만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청주시는 "비상 상황이어서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미처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고, 충북도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재난통신망을 소홀히 하고, 양 기관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사이 지하차도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미호강 범람은 왜
그렇다면 미호강 범람은 막을 수 없던 것일까.
미호강은 미호천교 공사로 인해 기존 제방을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쌓아둔 상태였다. 공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담당한다.
행복청에 따르면 임시제방은 설계빈도 100년 계획홍수위(28.78m)보다 0.96m 높게 축조했다.
하지만, 행복청이 기존 제방을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쌓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천법상 기존 제방을 철거하려면 하천 유지‧관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될 때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의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강유역환경청은 기존 제방 철거 후 임시제방 축조에 대한 하천점용허가를 행복청에 내준 적 없다는 입장이다.
행복청은 "오송~청주 간 도로 확장 공사에 필요한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 제방의 일부를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며 "임시제방은 매년 우기에 대비해 축조했다가 우기가 지나면 철거했다. 급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 사실도 없었다"며 "허위보도가 계속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금강유역환경청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게다가 장기간 미호천교 교량 공사로 인해 이 일대 강변은 모래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다.
하천 바닥에 토사가 쌓이면서 물이 흐르는 데 상당한 방해가 됐고, 토사들이 흘러넘치면서 임시제방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궁평2지하차도 내부에도 상당한 양의 토사가 유입돼 펄이 됐다.
◇여러 기관 엮인 총체적 관재(官災)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관은 크게 미호천교 공사를 담당한 행복청, 도로관리청인 충북도, 금강홍수통제소의 경고를 도로관리청에 전달하지 않은 청주시로 추릴 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위험 방지와 교통안전을 위해 도로 통행금지 및 제한 권한이 있는 충북경찰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화급한 나머지 미호천교 감리단 관계자가 두차례나 112신고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들 기관은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 등 책임 피하기식의 입장을 내놓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이번 참사는 여러 공공기관의 소통 부재와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며 "오히려 기관이 참사를 만들었으니 관재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로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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